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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포럼 게재 일자 : 2018년 06월 05일(火)
‘핵 있는 평화’ 막기 위한 5가지 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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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영 한국외국어대 교수 국제정치학

한반도 비핵화의 분수령이 될 미·북 싱가포르 정상회담이 일주일 뒤로 다가왔다. 문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특사 김영철로부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전해 받은 후 기존 입장에 변화가 감지된다는 점이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CVID)를 전제로 완전한 체제 보장(CVIG) 교환이라는 협상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의 신속한 타결은 한 번의 회담으로 결정되지 않을 것이라며 종전 선언까지 언급했다. 게다가 대북 지원은 한국·일본·중국에 떠넘겼다.

이 대목에서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경구처럼, 짚어야 할 문제들이 있다.

우선, 단계적 비핵화를 일부 수용한 것으로 보이는 ‘트럼프식 비핵화’에 유의해야 한다. 혹시 트럼프 대통령이 ‘완전한 비핵화’라는 큰 틀에 천착해 협상을 전개하면 이는 과거 25년의 전철을 밟는 것이다. 북한이 주장하는 단계적 조치에는 동시적 행동이 수반되기 때문에 비핵화의 본질을 해칠 우려가 짙다. 여기에다 미국을 겨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위협 해소가 일차 목표라면 ‘핵보유국 북한’과의 협상에 따른 ‘트럼프식 딜레마’가 출현할 소지도 있다.

둘째, 종전 선언에 집착하는 것도 문제다. 상징적인 적대 해소 차원의 조치로 볼 수도 있지만, 이는 비핵화 조치가 수반돼야 의미가 있다. 기존의 핵을 포함한 일체의 핵무기 폐기, 엄격한 사찰을 통한 핵 시설 폐쇄와 핵 물질의 근원적 폐기를 뜻하는 CVID에 대한 구체적 논의가 선행되지 않는 종전 선언은 평화협정 추진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정치적 선언’에 불과하게 된다. 상대적으로 미국의 대북 억지력을 약화시킬 개연성만 커질 수 있다.

셋째, 이런 상황에서 지나친 남북 교류 활성화 시도에도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 북한의 경제 발전을 돕고 이것이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에 기여할 것이라며 추진되는 경협 논의에 반대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한국은 이미 북한의 생화학무기나 중단거리탄도미사일, 재래식 무기의 위협에 노출돼 있다. 경협이 순조롭게 이뤄지려면 북한의 실질적 군사 위협 해소가 선행돼야 한다. 핵이 사라진다고 북한의 위협이 사라지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넷째, 백악관과 청와대는 부인(否認)하지만, 주한 미군 문제도 휘발성이 크다. 중국은 북핵 문제 해결에 일정한 역할과 적극적인 공헌을 강조하지만, 주한 미군이나 한·미 동맹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하지만 종전 선언이나 미·북 간 평화 체제 구축 과정에서 중국은 자국 견제 세력으로 인식하는 주한 미군 문제를 거론할 개연성이 크다. 북한의 군사적 위협 해소와 관련된 선행 조치 없이 섣부르게 주한 미군 문제나 한·미 동맹 문제가 쟁점화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남·북 또는 남·북·미 위주의 비핵화 협상에 다른 관련국들의 움직임도 면밀히 살펴야 한다. 북한은 소외감을 느끼는 중국을 미·북 협상 과정에 끌어들였으며, 러시아와도 연합 전선을 구축하려는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 반면에 미국은 자신들은 대북 경제 지원을 하지 않을 것이라며 대북 지원국으로 한·일·중을 지목하는 이중성을 보이고 있다. 미국 외에도 당사국으로서 주변국들과 소통하고 협의해야 하는 이유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과도한 대외 의존은 자주성을 손상시키지만 지나친 낙관주의는 악마의 디테일에 빠지게 한다. 핵을 가진 북한과 평화를 논하는 ‘핵 있는 평화(nuclear peace)’가 되지 않도록 세밀한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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