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北 정상회담 D-4>‘인도적 지원 800만달러’… 美北회담 이후 결정될 듯

작년9월 국제기구 통해 편성
美서 섣부른 지원 난색 표해

정부가 대북 인도적 지원을 위해 편성했던 800만 달러(약 85억7200만 원)는 어떻게 될까. 지난해 9월 정부가 국제기구를 통한 대북 인도적 지원 800만 달러를 남북교류협력기금에서 마련한 지 10개월이 지났지만 집행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통일부는 대북 인도적 지원의 시급성과 오는 12일 열릴 미·북 정상회담 결과를 복합적으로 감안해 집행 시기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정부 관계자는 8일 “최근 북한은 단순한 인도적 지원보다 장기적인 인도적 협력 사업에 관심을 갖고 있다”며 “미·북 정상회담 이후 대북 제재가 풀리면 식량 문제도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에 따르면 올해 들어 남북 대화 과정에서 북한은 800만 달러의 대북 인도적 지원에 대해 적극적인 요구를 하지 않았다. 비핵화 협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미국이 한국 정부의 섣부른 대북 인도적 지원에 난색을 표하고 있는 점도 800만 달러의 집행을 가로막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의 대북 인도적 지원 800만 달러 집행 시기는 미·북 정상회담 이후 논의될 수 있을 전망이다. 북한의 식량 상황을 점검한 뒤 지난달 15일 서울을 방문한 데이비드 비슬리 유엔 세계식량계획(WFP) 사무총장이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의 면담 직후 “지금은 모두가 다음 달 12일 미·북 정상회담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지켜보고 있다”고 밝힌 점도 이런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북 정상회담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800만 달러의 대북 인도적 지원 집행 역시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북한 주민의 영양 부족이 여전히 심각한 상태로 판단되는 만큼, 비핵화 초기 보상안에 인도적 지원이 포함될 수 있기 때문이다. 비슬리 사무총장은 지난달 8∼11일 방북 결과와 관련해 “농업을 위한 적합한 시설 및 농기구가 부족해 대부분을 수작업에 의존하는 상황”이라며 “북한 전체 면적의 15~20%만이 경작 가능한 땅으로 파악된다”고 밝힌 바 있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