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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선생님 선생님 우리 선생님 게재 일자 : 2018년 06월 14일(木)
운동·人性 함께 가르친‘트랙 위 부모님’… 소년체전 금메달 일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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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종욱 교사와 이왕재 군이 지난 5일 대한육상연맹이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주최한 ‘전국 꿈나무선수 선발 육상경기대회’를 마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 대회에서 이 군은 800m 초등부 남자 육상 종목 금메달을 땄다. 이종욱 교사 제공
이종욱 구미 인동초교 교사

오전엔 교사·방과후엔 감독
왕재 군 만나 운동기술 지도
훈련 집중하도록 잡일 도맡고
성적 안좋을땐‘치어리더’도

“순위보다는 마음가짐이 먼저
제자들에 성실함부터 가르쳐”


“달리기를 좋아하는 학생을 그저 옆에서 묵묵히 지켜보며 응원했을 뿐입니다. 전국에서 열리는 육상대회를 따라다니며 함께 많은 시간을 보냈죠. 같이 있는 동안 저는 운동보다도 ‘바른 인성’을 강조했습니다. 운동 기술을 가르치는 ‘전문 교사’보다는 뒷바라지를 맡아 늘 격려해 주는 ‘트랙 위 부모님’에 가까웠다고 할까요. 그런데 덤으로 전국체전 금메달까지 따왔더라고요. 하하.”

이종욱(51) 경북 구미 인동초등학교 교사는 학생들로부터 두 개의 이름으로 불린다. 하나는 선생님, 다른 하나는 감독님이다. 이 교사는 지난해부터 ‘체육전담교사’로 담임 학급을 맡지 않는 대신 학생들의 체육 과목 수업을 도맡고 있다. 동시에 운동에 소질이 있는 학생을 발굴해 전념할 수 있도록 지도·감독을 한다. 주로 체육수업을 진행하는 오전엔 학생들이 선생님으로 부르고, 수업이 끝난 오후에는 육상 트랙이나 경기장에서 감독님으로 불린다.

올해 초부터 이 교사는 감독으로서 인동초교 이왕재(12) 군과 함께하는 시간이 부쩍 많아졌다. 이 군이 전국 육상대회에 본격적으로 출전하기로 결심하면서 호흡을 맞출 일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왕재에 대해 알게 된 건 지난해 3월부터였어요. 달리기를 좋아하고 소질이 있는 학생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고, 가끔 운동장에서 달리기하는 모습을 봤죠. 당시 제가 담당 지도교사는 아니었는데 올해부터 직접 지도를 하게 됐죠.”

이 교사는 감독이지만 실제로는 옆에서 뒷바라지하는 ‘트랙 위 부모님’에 더 가깝다고 했다. 방과 후엔 차로 학생을 시민운동장에 데려다주고 시에서 파견된 육상 코치에게 인계도 한다. 학생이 운동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잡다한’ 일까지 도맡아 챙겨 준다. 성적이 안 좋을 땐 ‘치어리더’ 역할도 해야 한다고 껄껄 웃었다. 어떤 점이 힘든지 묻고, 곁에서 응원하며 용기를 북돋워 주는 것도 감독의 중요 임무로 생각하고 있다.

“감독이라고 해서 대단한 일을 하는 게 절대 아닙니다. 옆에서 자녀의 운동을 뒷바라지하는 학부모나 ‘로드매니저’에 더 가깝죠. 학생의 부모님이 경기장까지 오시지 못할 땐 진짜 제가 부모님의 마음으로 응원합니다. 제가 맡은 학생이 좋아하는 운동을 하면서 꿈에 한 발 한 발 더 다가가는 모습을 지켜보면 저도 뿌듯합니다. 그 뒤에 따라오는 성적은 그저 덤일 뿐이죠.”

묵묵히 이 군을 지켜보며 마음을 다해 응원했기 때문인지 이 군은 지난 3월 말 경상북도소년체육대회 800m 달리기에서 1등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동시에 전국소년체육대회 경북대표 선수 출전권도 획득했다.

“솔직히 정말 기뻤습니다. 왕재의 감독을 맡은 지 오래된 건 아니지만, 이왕이면 왕재가 좋아하는 운동에서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게끔 최선을 다했거든요. 코치와도 처음 만나서 왕재의 잠재력에 대해 많은 얘기를 듣고, 몸 상태를 꾸준히 점검했는데 효과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 군은 소년체육대회를 한 달 앞두고 열린 전국 초·중·고 육상대회에서 다시 1등을 하며 기량이 일취월장하고 있음을 뽐냈다. 두 사람은 그때부터 전국소년체육대회 메달 획득의 희망을 품기 시작했다. 당시 유력 우승후보가 따로 있어 우승은 힘들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고삐를 바짝 죄었다. 노력은 헛되지 않았다. 5월 충북 충주에서 열린 전국소년체육대회에서 이 군은 트랙 위 결승점에 가장 먼저 도착했다. 금메달이었다. 이 교사는 “말수도 적고 좋은 성적을 내고도 좋아하는 티도 안 내던 왕재가 그때만큼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고 우승 순간을 회상했다.

이 교사는 운동하는 학생들에게 늘 인성 교육을 강조한다. 운동에서 실력과 성적이 가장 중요한 건 사실이지만, 실력만으로 수많은 난관을 헤쳐나가기 어렵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오랜 시간 꾸준히 훈련하며 바른 인성을 갖춰야 훌륭한 선수로 성장할 수 있다는 의미다.

“실력이 출중해 운동을 전문적으로 하고 싶어 하는 학생들이 제게 많이 찾아옵니다. 그때마다 저는 왕재에게 그랬듯 무엇이든 성실히 하려는 마음가짐이 있어야 운동을 도와줄 수 있다고 조언합니다. 제가 맡은 교내 배구부 학생들에게도 항상 올바른 마음가짐을 갖추라고 강조하죠.”

이 교사는 최근 이 군이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학교 식구들은 물론 구미 인동면 주민들도 덩달아 들썩이고 있다고 전했다. “한 아이를 성장시키는 데 정말 온 마을이 함께 내 일처럼 관심을 기울여 주고 있어요. 교장·교감 선생님, 동료 선생님들은 물론 학교 경비아저씨들이 왕재를 볼 때마다 격려해주십니다. 구미시 한의사협회 몇 분은 먹고 힘내라며 왕재에게 보약까지 지어주셨죠. 어떤 방식으로든 제가 맡은 학생에게 애정을 보여주시는 게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에게 교직에 애착을 품을 수밖에 없는 이유를 물었다. 이 교사는 “최근 젊은 교사 중 절반가량이 교직을 ‘평생직장’으로 생각지 않는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봤는데 씁쓸했다”며 “저도 근무시간을 쪼개 지방 대회 출장을 갈 때면 몇 시간씩 운전을 해야 하고, 담배 냄새가 찌든 모텔방에서 자야 할 때도 많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아이 한 명이라도 자신의 꿈을 찾아 성취감을 느끼는 모습을 지켜보는 게 모든 힘든 상황도 극복할 수 있는 교직의 매력이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기윤 기자 cesc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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