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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10문10답 뉴스 깊이보기 게재 일자 : 2018년 06월 15일(金)
300人이상 기업 ‘週40시간 + 연장근로 12시간’으로 강제 단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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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부터 시행되는 ‘최대 週52시간 근무제’

근로시간, 회식은 X 워크숍은 O
勞使 모두 “기준 모호” 불만


7월부터 사업장 규모에 따라 단계적으로 최대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된다. 정부는 근로시간 단축으로 근로자의 삶의 질 개선과 고용 증가를 기대하고 있다. 반면 이를 바라보는 노사의 시선은 복잡다단하다. 아직 근로시간 단축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많은 기업은 당장 모자랄 인력을 어떻게 충원할지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근로자들은 근로시간 단축으로 임금이 줄어드는 게 아닌지 걱정하고 있다.

1 가이드라인 발표 배경

7월 1일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의 근로시간이 주 최대 68시간(주 40시간+연장근로 12시간+토·일 16시간)에서 52시간(주 40시간+연장근로 12시간)으로 줄어든다. 해당 기업들이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후속 조치와 대비책 마련으로 분주하지만 정작 정부는 어떤 업무를 근로시간으로 봐야 할지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않아 혼란이 이어졌다. 특히 대기, 교육, 출장, 접대 등 근로시간인지 아닌지를 명확하게 구분하지 않았던 시간도 근로시간으로 포함해야 하는지가 논란의 대상이었다. 정부는 11일 뒤늦게 근로시간 해당 여부 판단 기준 및 사례 등을 담은 ‘노동시간 단축 가이드북’을 내놓았다. 고용노동부는 관련법과 판례 등을 토대로 근로시간 판단 기준을 제시했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근로시간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은 △사용자의 지휘·감독 △직무 관련성 △미이행 시 불이익 발생 여부 △시간과 장소의 제약 등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근로시간’이라 함은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종속된 시간, 즉 노동력을 사용자의 처분 아래 둔 실 구속 시간을 뜻한다”며 “사용자의 지휘·감독은 명시적인 것뿐 아니라 묵시적인 것을 포함한다”고 말했다.

2 근로시간 인정·불인정 사례

회식은 근로시간에 포함되지 않을 전망이다. 사용자가 참석을 강제하는 언행을 했다 해도 그것만으로는 회식을 근로 계약상 노무 제공으로 볼 수 없다고 고용부는 설명했다. 업무 관련 접대는 사용자 승인이 있어야 근로시간으로 인정된다. 해외출장 시 비행, 출입국 수속, 이동 등에 걸리는 시간 기준은 노사 합의로 마련해야 한다.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감독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시간은 ‘휴게시간’, 근로시간은 아니면서도 자유로운 이용이 어려운 시간은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있는 ‘대기시간’으로 각각 간주돼 근로시간으로 인정된다. 사용자가 의무적으로 실시하게 돼 있는 각종 교육을 하는 경우 그 시간은 근로시간에 포함되나, 근로자가 개인 차원에서 법정 의무 이행에 따른 교육을 받거나 이수가 권고되는 정도의 교육을 받으면 그 시간은 근로시간에 포함되지 않는다. 근로가 사업장 밖에서 이뤄져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출장의 경우 8시간 등으로 정해지는 ‘소정 근로시간’이나 ‘통상 필요한 시간’을 근로시간으로 간주할 수 있다.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있는 워크숍은 근로시간으로 볼 수 있고, 소정 근로시간을 초과하는 토의 등은 연장근로로 인정이 가능하다. 다만 워크숍 중 친목 도모 시간은 근로시간으로 보기 어렵다.

3 연장근로 산정 방법

근무시간 중 1일 8시간·주 40시간 초과분은 연장근로에 해당한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주 12시간 내의 연장근로에는 통상임금의 50%를 더한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 주 52시간을 넘기지 않는 범위의 휴일근무는 8시간 이내의 경우 통상임금의 50%를, 8시간이 넘어가는 초과분에는 100%를 가산한다. 단 토요일의 경우 일요일을 유급휴일로 하면 노사가 별도로 정하지 않은 이상 무급휴일로 하고, 1일 8시간·주 40시간 초과분에 연장근로수당만 발생한다. 통상적인 사업장에선 일요일은 유급휴일, 토요일은 무급휴일이기 때문에 토요일 근무는 연장근로에 해당하지 않는다. 따라서 가산임금도 발생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토요일이 무급휴일인 사업장에서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4일간 매일 8시간씩 근무하고 토요일에 8시간 근무한 경우, 토요일 근무는 연장근로 시간에 포함되지 않는다. 다만 무급휴일은 근로자의 소정 근로일이 아니므로 사업주가 휴일 근로를 시키려면 근로자와 합의해야 한다. 연장근로 시간 위반 여부 등을 판단하는 단위 기간은 1주이지만, 근로기준법은 근로시간을 산정하는 1주의 기산점(起算點)을 별도로 규정하지 않고 있다. 기산점은 노사협의로 내부규정·취업규칙·단체협약 등으로 정할 수 있다. 단 특별히 정한 게 없다면 사업장에서 노무관리·근로시간·급여산정 등을 위해 산정단위로 적용하고 있는 기간을 적용한다.

4 모호한 기준·빈약한 사례

가이드라인이 오히려 혼란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그 내용이 고용부가 지난 5월에 발표한 ‘개정 근로기준법 설명자료’와 견줘 목차·내용·사례 등이 대부분 일치할 뿐만 아니라, 현장에서 궁금해하는 업종별 사례와 구체적인 사례 소개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외부 인사와 일과가 끝난 저녁에 만나 식사를 하는 등 접대할 경우 사용자의 지시 또는 승인이 있는 때에만 근로시간에 해당한다. 그러나 평일 저녁이나 휴일에 외부 인사를 접대할 때마다 일일이 사용자 승인을 받는 건 비현실적이라는 점에서 사용자 승인을 인정하는 기준을 두고 논란이 일 전망이다. 부서 회식 참석은 조직의 결속과 친목 강화를 목적으로 하는 만큼 근로시간으로 보기 어렵다는 게 고용부 입장이다. 하지만 회식의 목적을 ‘친목 도모’라고 좁게 해석한 부분엔 논란의 여지가 있다. 부서 회의를 겸하는 회식 자리가 적지 않고 대화의 상당 부분이 업무와 연관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고용부는 원칙적 기준을 제외한 나머지 쟁점은 노사 합의를 통해 해결하라는 입장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가이드라인을 구체적인 사례에 하나하나 적용하긴 어렵고 구체적인 판단이 필요한 경우엔 지방노동 관서에 문의하면 된다”는 답변만 내놓았다.

5 유연근무·포괄임금제는

가이드라인에는 노사가 많은 관심을 보이는 유연근무제와 포괄임금제와 관련한 내용이 빠져 있어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경영계는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경영 부담을 완화하고 제도를 안착시키려면 재량 근로·탄력 근로 시간제·선택적 근로 시간제 등 유연근무제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고용부는 근로시간 단축 시행을 코앞에 둔 이달 말에야 유연근무제 활용 매뉴얼을 공개할 예정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유연근무제를 둘러싼 법적 쟁점들이 첨예하게 대립해 자문하는 중이라 매뉴얼 제작이 늦어지고 있다”고 해명했다. 일정한 연장근로 시간을 가정하고 전체 연봉에 시간 외 수당을 합산해 지급하는 포괄임금제도 근로시간 단축과 맞물려 있어 사업장마다 손질해야 하는 상황인데도, 가이드라인 발표는 근로시간 단축 시행 후에 이뤄질 전망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현재 포괄임금제 관련 현장 조사를 진행하고 있고, 그에 맞는 가이드라인을 만들다 보니 시간이 걸리고 있다”며 “다음 달도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고용부는 포괄임금제 가이드라인을 근로감독관들에게 배포해 포괄임금제 오·남용 사업장을 규제하는 데 쓸 예정이다.

▲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11일 노동시간 단축 및 최저임금 현장 안착을 위한 긴급 주요 기관장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시스

6 기업규모별 대책마련 상황

당장 7월부터 근로시간 단축 적용 대상인 300인 이상의 중견사업장은 주무부처인 고용부가 그동안의 일부 판례만 인용한 수준의 가이드라인을 내놓자 “‘실험용’ 대상이 된 것 아니냐”고 당혹하고 있다. 중견기업연합회가 최근 377개 기업을 대상으로 벌인 의견조사 결과 54.4%가 ‘탄력적 근로 시간제 단위 기간 확대’를 꼽았다. 특히 44.6%의 중견기업은 ‘사안의 복잡성에 비해 대응책 마련을 위한 시간이 부족했다’고 응답했다. 이후 2020년 1월부터 적용되는 50∼299인, 2021년 7월부터 적용대상인 5∼49인 기업도 시간을 다소 벌기는 했지만 별다른 대책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300인 이상 사업장은 사내변호사 또는 노무관리 전문인력이라도 두고 있어 그나마 일부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겠지만, 영세 중소기업들은 그마저도 없어 혼란이 가중될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먼저 시행하는 기업들의 사례를 지켜볼 수밖에 없겠지만, 기업규모 등 사정이 달라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7 업종별 근로시간 단축 영향

근로시간 단축이 본격 시행되면 산업 특성에 따라 일부 업종은 특히 더 심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보기술(IT) 서비스업계는 시스템 오픈 직전이 되면 업무량이 폭주해 밤샘 근무를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주 52시간 기준을 맞추기 위해 대체인력을 투입할 수는 있겠지만, 이렇게 하면 프로젝트 연속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정유·화학업계는 유출 사고 등을 예방하기 위해 장기간 공장을 멈추고 정기보수를 진행한다. 보수·점검 작업을 할 수 있는 숙련된 전문 인력이 부족해 현실적으로 고강도의 집중근무가 불가피하다. 게다가 주 52시간을 맞추느라 한 공장에서 정기보수 시간이 길어지면 다른 공장의 보수가 연쇄적으로 지연되면서 안전사고 위험까지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해외 파견직이 많은 건설업계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해외 건설현장의 평균 근로시간은 주당 67시간이다. 건설업계에서는 “근로시간 단축으로 공사 기간을 맞추지 못하면 추가 비용이 드는 것은 물론, 향후 공사 수주에도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8 버스업계는 ‘발등의 불’

국토교통부와 고용부, 자동차노동조합연맹, 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는 지난 5월 31일 ‘노선버스 근로시간 단축 연착륙’을 위한 노사정 선언문에 합의했다. 그러나 ‘버스 대란’을 피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합의문의 뼈대인 탄력 근로제를 도입해도 최소 2200명, 최대 8800명에 달하는 추가 인력 채용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아직 확보한 운전기사는 500명 수준에 불과하다. 당장 수천 명에 달하는 기사를 한꺼번에 고용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토부도 “일단 확보된 인력을 최대한 투입하고 그래도 부족하면 별도의 대책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달 초 서울에서 시외버스 운행 노선이 가장 많은 동서울터미널의 경우 “5∼7개 업체가 근로시간 단축에 따라 감차와 노선 변경이 불가피하다며 예매 중단을 요청했다”면서 7월부터 온라인 예매를 전면 중단한다는 공지문을 홈페이지에 올렸다가 국토부 요구로 내리기도 했다. 지방 운전기사들은 준공영제 시행으로 근로여건이 더 나은 서울 등으로 몰리고 있어 지방 승객들의 피해가 클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9 일자리 창출 효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연구 결과에 따르면, 프랑스에서 주 35시간으로 근로시간이 단축됐을 때 고용 창출 효과는 크지 않았다. OECD는 보고서에서 “근로시간 단축이 고용 창출을 했다고 입증할 실증 결과가 별로 없고, 국가의 특수한 사회경제적 조건에 따라 달라진다”고 분석했다. 캐나다 퀘벡주(주 44시간→40시간), 포르투갈(주 44시간→40시간)은 근로시간을 단축하자, 기업들은 인건비 부담이 늘어나는 것을 피하려고 고용을 늘리는 대신 설비를 늘렸다. 경제계에서는 ‘분배할 임금 총액’이 그대로인 상황에서는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크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불완전한 일자리’가 늘어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2명이 할 수 있는 일을 3명에게 강제로 하게 한다면, 3자리 모두 불완전한 일자리가 되기 때문이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억지로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 자체가 임시 대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10 향후 정부대책

정부는 근로시간 단축의 안착을 위해 주 52시간 근무제도를 조기에 도입하는 기업에 임금을 보전해주고 신규채용 시 임금지원 규모 및 기간을 늘리는 등 ‘일자리 함께하기 사업’을 확대·개편한다. 고용부는 7월 1일부터 주 52시간 근무제도를 적용하는 300인 이상 기업을 대상으로 한 신규채용 인건비 지원금액을 월 40만 원에서 60만 원으로 늘린다. 또한, 2020년 1월부터 근로시간 단축을 도입해야 하는 300인 미만 기업이 6개월 이상 먼저 근로시간을 단축하면 신규채용 인건비 지원금액을 월 최대 80만 원에서 100만 원으로 늘려주고, 지원 기간도 최대 2년에서 3년까지로 각각 확대하기로 했다. 이 밖에도 고용부는 기업이 신규채용에 따른 대상별 고용장려금(청년추가 고용장려금, 신중년 적합직무 고용지원 등)도 70%까지 추가로 받을 수 있도록 연계 지원한다. 현재 결혼이나 주택마련 등으로 제한하고 있는 퇴직금 중간정산 사유에 초과근로 감소에 따른 평균임금 저하로 퇴직급여액 감소가 예상되는 경우도 포함한다. 하지만 한시적으로 예산을 투입해 임금의 일부분만 보전해주는 대책이 얼마나 지속적인 실효성을 갖고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일자리 함께하기 사업’ 상당수가 고용보험기금을 활용한 사업이기 때문에 고용보험기금의 재정 건전성이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진영·김윤림·김성훈·박수진·손기은 기자 news119@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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