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미북 정상회담 숨은 주역은 가브리엘 슐츠”

“북한측 정상회담 제안 트럼프 사위 쿠슈너에게 전달”

지난 1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사상 첫 미·북 정상회담을 갖게 된 배후에 미국인 사업가 가브리엘 슐츠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미·북 정상회담을 성사시키는 데 재러드 쿠슈너 미국 백악관 선임보좌관과 함께 사업가 슐츠가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지난해 여름 북한의 한 최고위급 관료가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주선해 줄 비밀 채널(back channel)로 대북 투자 경험이 있는 슐츠와 접촉했다. 현재 싱가포르에 거주하고 있는 슐츠는 수조 원 규모의 광산업 가문 출신으로 개인 투자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그는 에티오피아, 몽골 등에서 고수익, 고위험 사업을 선호해왔다. 2016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새로운 대북 제재를 부과하기 전까지는 북한에서도 여러 건의 협상을 진행했다. 북한은 슐츠를 통해 미·북 정상회담 의사를 타진했고 슐츠는 그동안 사업을 확장하다 알게 된 쿠슈너 선임보좌관에게 이 의견을 전달했다. 뉴욕타임스는 “쿠슈너는 트럼프 가문의 일원으로 영향력을 미칠 수 있고 트럼프 행정부의 인사이동으로부터도 자유롭다는 게 평양 관리들의 판단이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쿠슈너 선임보좌관은 북한의 제안을 당시 중앙정보국(CIA) 국장이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에게 전달했고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을 두 차례 방문하는 등 이번 미·북 정상회담 국면을 물밑에서 주도했다. 전통적 외교 채널인 국무부 대신 CIA가 나선 이유는 공식적으로 나오지 않았지만 NYT는 쿠슈너 선임보좌관이 렉스 틸러슨 당시 국무장관과 적대관계에 있었던 것이 원인일 수 있다고 추론했다. 미·북 간 협상에 밝은 한 소식통은 NYT에 “슐츠를 통한 초기 접촉은 싱가포르로 이어지는 외교에 시동을 거는 데 유용했다”고 평가했다. NYT는 “슐츠 외에도 다른 이들도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회담을 성사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면서 문재인 대통령을 사례로 꼽았다.

박준우 기자 jwrepubli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