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UFG연습 일시 중단>‘훈련유예’ 먼저 꺼낸 韓美… 北 ‘비핵화 조치’ 신속이행 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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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년만에 중단 배경

北 체제보장 요구 전격 수용
상황따라 재개 가능성도 열어

北, 미사일 실험실 등 폐기땐
北美 비핵화 후속협상도 탄력

내년 키리졸브도 중단 가능성
연합작전 수행능력 차질 우려

한·미 군 당국이 19일 오는 8월로 예정된 한·미 연합군사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을 중단한다고 발표함에 따라 한반도 유사시 한미연합사령부의 연합작전 수행능력에 차질이 우려된다.

한·미 국방부는 한반도 전면전을 가정한 또 다른 한·미 연합 전시증원(RSOI) 대규모 훈련인 키리졸브(KR) 연습과 독수리(FE) 훈련은 북한의 비핵화 이행 여부를 살펴본 뒤 실시 여부를 판단한다는 입장이다.

내년까지 미·북 간 비핵화 관련 협상이 지속될 경우 3월에 실시되는 KR 연습과 FE 훈련도 일시 중지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휴전 후 65년 만에 한반도에서 한·미 연합훈련이 1년 이상 중단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이는 한미연합사의 기능 저하에 따른 대북 억제력 약화는 물론 향후 주한미군 성격 및 규모 변화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김일성 주석 시절부터 각종 한·미 연합훈련을 ‘전쟁연습’이라며 중단을 요구해 왔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북한의 한·미 연합훈련 중단 요구를 체제 불안감과 경제적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한·미 동맹 와해를 노리는 다목적 카드로 분석하고 있다. 한·미 양국은 각종 연합훈련을 통상적·방어적 전략 차원에서 실시하고 있지만, 북한은 이러한 한·미 연합훈련에 대해 상당한 군사적 압박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또 북한은 한·미 연합훈련에 대응하기 위해 군사훈련과 주민대피훈련을 하는데, 이런 훈련에 드는 비용 충당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북핵·미사일 개발에 따른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강화된 이후 경제난까지 더해진 북한은 이런 대응훈련 규모까지 축소해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한·미 연합훈련 중단이 향후 주한미군 철수와 한·미 동맹 와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겨냥한 것이다.

UFG 연습은 한반도 전면전을 가정한 대표적인 한·미 연합훈련으로 정부 행정기관과 주요 민간 동원업체, 군단급 이상 육군부대, 함대 사령부급 이상 해군부대, 비행단급 이상 공군부대, 해병대사령부, 주한미군, 전시증원 미군 전력이 참가한다. 지난해 UFG 연습에 미군 1만7500명(해외 증원군 3000명 포함)이 참가했다. KR 연습은 연합방위태세 점검과 전쟁 수행절차 숙달에 중점을 둔 워 게임(war game) 형식의 지휘소 훈련이다. KR 연습이 끝나면 개최되는 FE 훈련은 실제 병력과 장비가 움직이는 야외기동훈련(FTX)이다.

한·미 연합훈련 중단은 1994년 10월 미·북 간 핵 문제 해결을 위한 제네바 합의 타결에 맞춰 팀스피릿 훈련이 중단된 뒤 24년 만이다. 한·미가 연합훈련을 중단한 것은 이번까지 4번인데, 모두 북한의 핵심 요구사항 중 하나인 연합훈련 중단을 통해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끌어내기 위한 결정이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19일 “연합훈련은 한·미 동맹을 유지하는 중심축 가운데 하나”라며 “연합훈련 일시 중단은 쉬운 결정이 아니기 때문에 북한도 비핵화 이행을 위한 상응 조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정보 당국 관계자도 “북한의 상응 조치를 예상하고 북측의 핵심 전략시설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미 군 당국은 북한이 연합훈련 유예에 대한 상응 조치로 평북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 근처에 설치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로켓 엔진 시험시설 등을 폐기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미·북 후속 협상을 거쳐 북한이 핵시설 폐쇄와 신고 및 사찰단 수용 등 초기 단계 비핵화 조치를 진행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한·미 훈련 중단 결정은 미·북 간 상호 신뢰 구축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며 “북한은 일단 미·북 후속 협상 전에 미사일 엔진 실험장 폐기 조치를 취할 수 있을 것이며, 후속 협상에서 비핵화와 체제 안전보장의 구체적인 방안을 담은 일괄타결식 합의를 시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미 국방부는 ‘유예(suspend)’라고 표현해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늦어질 경우 훈련을 재개하겠다는 압박 의사를 드러냈다.

한·미 군 당국의 이번 UFG 연습 중단 결정은 지난 12일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합의의 후속 조치다. 당시 김정은 국방위원장은 “상대방을 자극하고 적대시하는 군사행동들을 중지하는 용단부터 내려야 한다”고 요구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정상회담 이후 기자회견에서 연합훈련을 ‘워 게임’이라고 지칭한 뒤 “우리가 (북한과) 매우 포괄적이고 완전한 합의를 협상하는 과정에서 워 게임을 하는 것은 부적절하며 매우 도발적인 상황”이라며 연합훈련 중단 의사를 밝혔다.

정충신 기자 csju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