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警 수사권 조정안 발표>1948년 검찰청법 제정으로 警 수사권 사라져… 70년간 갈등

1962년 5차 개헌 檢 기소 독점
DJ 정부 때 수사권조정 공론화
盧 정부 때 급물살 탔지만 불발

정부가 21일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문’을 발표하기까지 수사권 조정을 둘러싼 검찰과 경찰의 갈등의 역사는 7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검경의 권한과 역할을 어떻게 나누느냐가 걸린 민감한 사안에 양측은 한 치의 양보 없이 첨예하게 맞서왔다.

1945년 미 군정 아래서 경무국으로 출발한 경찰은 창설 초기에만 해도 일시적으로 독자적인 수사권을 가졌다. 1948년 검찰청법에 ‘경찰은 범죄수사에 있어 검사의 직무상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고 명시하면서 상황은 변했다. 1954년 제정된 형사소송법에 검사의 수사·기소권이 명문화됐고 1962년 제5차 개헌에서 영장 청구의 주최를 검사로 규정했다. 현재 검찰이 수사·기소·영장청구 권한을 독점한 구조가 만들어졌다.

검경 수사권 조정 논의가 공론화하기 시작한 것은 김대중 정부 시절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후보 시절 민생치안 관련 일부 범죄에 한해 경찰에게 수사권을 주겠다고 공약했지만, 법무부가 ‘경찰 수사권 독립 절대 불가’라는 공식 입장을 발표하면서 무산됐다. 검찰 개혁 의지가 유난히 강했던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4년 ‘수사권 조정협의체’와 ‘수사권 조정 자문위원회’가 꾸려졌다. 2005년 11월 국회에 자치경찰법안이 제출되고 2006년 7월 제주도에서 자치경찰제를 실시하면서 수사권 조정 논의가 급물살을 타는 듯했지만 검찰의 강경한 반대로 불발됐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11년 경찰이 독자적으로 수사를 개시하고 진행할 수 있도록 형사소송법이 일부 개정됐다. 이로 인해 김준규 당시 검찰총장이 사퇴하고 홍만표 대검찰청 기획조정부장 등 대검 검사장급 간부 전원이 사의를 표명하는 등 강한 반발이 일기도 했다.

수사권 조정 논란은 문재인 정부 들어와 변곡점을 맞이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던 ‘검찰 권력의 비대화와 이에 대한 견제’를 실행하기 위해 검경 수사권 조정을 추진했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발표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 검경 수사권 조정이 권력기관 개혁의 핵심 사안으로 포함됐다. 당시 국정기획자문위는 2017년 연말까지 수사권 조정안을 마련해 2018년부터 시행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으나 검경 갈등으로 시기가 늦춰졌고, 이날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문’이 마련됐다.

정유진 기자 yooji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