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美·中 무역전쟁을 기회로 만드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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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록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경제학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중(對中) 무역 적자 해소를 겨냥,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를 검토하라고 행정부에 지시했다. 그러자 한·중·일·미의 업계에는 난리가 났다. 주가도 급락했다. 우리는 한반도가 평화 모드로 진입, 주가의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내심 기대하고 있던 터였다.

하지만 미·중 무역 갈등은 하루이틀에 봉합될 것 같지 않다. 30년 전의 미·일 무역 갈등과는 차원이 다르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것 아닌가 하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유관 정부 부처는 수출품 및 수출선 다변화, 부품소재 경쟁력 강화를 또다시 외친다. 얼마나 약효가 있을까? 결국은 미·중이 아닌 제3시장을 더 적극적으로 개척해야 한다. 다행히 정부나 공공기관이 아직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

첫째, 수출을 늘리는 방법은 뭐니뭐니해도 우리기업들이 값싸고 질 좋은, 이른바 가성비 높은 제품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정부가 지원을 강화하고, 기업의 제품 향상도 독려해 왔다. 더욱더 중요한 것이, 수요가 있는 해외 현지에서의 마케팅 활동을 보다 체계화하는 것이다. 이상적이기로는, 현지 네트워크에 우위를 가지고 있는 대기업이 자체 제품뿐 아니라 중소·중견기업의 우수 제품을 발굴, 협업을 통해 판로를 개척하는 것이다.

동시에 현지의 코트라(KOTRA) 등 공공기관들도 마케팅을 도와줄 수 있는 공공재를 만들어 줘야 한다. 가령 대륙마다 대규모 거점 마케팅센터를 운영할 필요가 있다. 신(新)남방 정책만 해도 그렇다. 아세안의 시장 확대와 함께 지정학적으로 가장 낫다고 판단되는 지역 마케팅센터 안에 규모 있는 시장조사 연구소도 운영해야 한다. 기업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적기에 현지에서 제공하고, 현지 출장자 안내 및 교통수단 제공 등 다양한 통상 서비스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둘째, 아프리카나 남미 지역에 현지인의 범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다. 국력 신장으로 이들 지역에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 프로그램 수혜자 등 국비 유학생 출신이 적잖다. 이들을 엮어서 우리를 위해 적극적으로 뛸 수 있게 해 줘야 한다. 단순히 활용만 할 게 아니라, 뛰는 만큼 이익을 향유할 수 있도록 비즈니스의 본류에 합류시켜야 한다.

셋째, 늦었지만 현지 통상 전문 인력을 체계적으로 키워야 한다. 당장 희망 대학을 선정, 지역을 특화하는 방법도 검토할 만하다. 국제화의 성과로 대학들도 현지어 교학을 상당히 중시한다. 교수 인력이 부족한 게 문제다. 다행히 동남아, 아프리카, 남미 및 옛 소련 지역으로부터 온 유능한 유학생이 다수 있다. 이들을 언어교육 보조강사로 쓰는 것이다. 가능하면 이들을 정부가 장학생으로 흡수해 주는 것이다. 동시에 통상 부처가 지역학 전공 교수나 현지 경험을 쌓은 인사들을 총망라한 지역 전문가 풀을 구성, 이들을 특화 대학의 실무교육에 투입하는 것이다. 물론 현재도 각 대학 단위에서는 부분적으로 실행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정부가 이를 보다 체계적으로 엮어주는 역할과 재정 지원을 해주는 게 중요하다.

결국, 정부나 공공기관은 실제 수요가 있는 수출 현장에서 기업들의 거래비용을 덜어 줘야 한다. 거듭 강조하지만 세계는 지금 판이 바뀌고 있다. 그 핵심은 중국의 정상적인 국가로의 복귀다. 현 정부 대외 통상정책의 핵심인 2022년까지 수출 세계 4강 진입을 달성하려면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신시장 현장에서 우리 기업들이 훨씬 더 잘 활약하게 해 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