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정체성 부정하는 역사관 주입 우려”

‘憲法위배’ 논란에도 역사교과서 개정안 행정예고 강행

‘자유’ 뺀 민주주의 등 수록에
학계 등 “이념논쟁 증폭” 비판

교육부가 2020년부터 중·고교생이 배울 새 역사교과서의 집필기준이 헌법 전문과 헌법 제3조에 정면으로 위배된다는 지적을 무시한 교육과정 집필기준을 22일 행정예고한 데 대해 헌법학자와 교육전문가들이 일제히 비판하고 나섰다. 이들은 “헌법과 배치되는 역사교과서는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정통성을 부정하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또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를 삭제할 경우 ‘인민민주주의’ ‘사회민주주의’로도 읽힐 수 있어 불필요한 이념적·소모적 논쟁을 일으키고 미래세대에 오도된 역사관을 주입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북한도 합법정부인 것처럼 위헌적인 해석을 할 수 있는데 교육부가 이를 무시했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홍완식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제법상으로 북한이 국가로 인정받는다고 해도 유일 합법정부라는 사실을 포기한다면 결국 북한을 인정하는 셈이 된다”고 지적했다. 이영훈 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헌법이 자유민주주의적 질서에 기초한 통일을 추구한다고 돼 있는데 공산주의만 아니면 좋다는 식의 잘못된 해석을 낳을 수 있다”며 “공개적인 토론절차도 생략한 채 대한민국 근·현대사 및 건국에 대한 기본이해도 없이 민족 민중주의에 기초한 독선적·몰역사적인 행위가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교육부는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역사교과서 폐지 결정 지시에 따른 후속 조치로, ‘자유민주주의’를 ‘민주주의’로 바꾸고 ‘대한민국이 한반도 유일의 합법정부’라는 집필기준을 삭제하는 내용의 ‘중학교 역사 및 고등학교 한국사’ 교육과정 개정안을 오는 7월 12일까지 20일간 행정 예고한다고 밝혔다. 자유민주주의는 통일부의 통일교육 지원법 제2조에 포함돼 있는데도 불구, 민주주의로 바꿔 혼란을 초래하게 됐다.

이민종 기자 horizon@munhwa.com horiz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