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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뉴스와 시각 게재 일자 : 2018년 06월 25일(月)
우려스러운 안보 구멍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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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 정치부 차장

텔레비전이나 극장에서 애니메이션을 보다 보면 생쥐 한 마리가 구멍이 숭숭 뚫린 치즈를 놓고 고민하는 장면이 종종 나온다. 이 치즈는 흔히 ‘스위스 치즈’로 불리는 에멘탈 치즈로, 이 치즈의 독특한 구멍은 곰팡이가 배출한 이산화탄소에 의한 것이다. 스위스 치즈는 풍미가 좋아 세계적으로 유명한데 이 치즈를 더 유명하게 만든 이론이 있다. 위험 분석과 관리에서 자주 인용되는 ‘스위스 치즈 이론’이다. 스위스 치즈 이론은 사고를 유발하는 결함(구멍)들은 항상 잠재해 있는데, 이 결함들이 한꺼번에 나타날 때 대형 사고로 이어진다는 이론이다.

최근 문재인 정부의 국방 정책을 보고 있으면 이러한 구멍들이 하나로 연결되는 상황을 향해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문재인 정부의 멘토인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은 지난 19일 한 토론회에서 “판문점 선언과 북·미 정상회담 등 한반도에 상황 변화 요인이 생겼는데 국방개혁 2.0도 전반적으로 재검토가 필요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북한 핵·미사일 대응을 위한 3축 체계(킬체인·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대량응징보복) 구축이 핵심인 국방개혁 2.0의 수정 필요성을 언급하고 나선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이 문 특보의 발언대로 진행돼 왔다는 점에서 3축 체계에 변화가 예상된다. 실제로 지난 5월 확정될 예정이던 국방개혁안은 청와대로부터 재검토 지시를 받은 뒤 아직까지 확정되지 않고 있다.

문제는 문재인 정부의 움직임이 자신들이 내세운 안보 공약에 구멍을 뚫고 있다는 점이다.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인 안보 공약은 전시작전통제권의 조기 전환이다. 전작권을 가져오고 현재 미군 장성(대장)이 사령관인 한미연합사령부를, 한국군 장성(대장)이 사령관을 맡는 미래연합군사령부로 대체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한·미 양국은 지난 2014년 전작권 전환을 ‘한국군이 연합 방위를 주도할 수 있고, 북한 핵·미사일에 대한 필수 대응 능력을 갖추며, 한반도 주변 안보 환경이 안정적일 때’ 하기로 합의한 상태다. 이러한 연합 방위 주도와 핵·미사일 대응을 위해서는 대북 감시망과 방어를 핵심으로 한 3축 체계가 먼저 구축돼야 한다. 또 전작권을 전환하려면 한국군의 전력 증강이 필수적이지만 핵심인 3축 체계 구축이 안갯속으로 들어간 것은 물론 숙련된 병력 확보도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문재인 정부의 인수위원회 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지난해 군 병력 감축(62만 명→50만 명), 병 복무 기간 축소(21개월→18개월)를 제시했다. 현재 공룡 같은 군대를 날렵하고 전투에 강한 표범 같은 군대로 변화시키겠다는 것이다. 그나마 전작권 전환 준비나 숙련병 감축에 따른 우려를 해소시킬 수 있는 핵심은 훈련인데 한·미 연합훈련은 물론 국군 단독훈련마저 연기된 상황이다. 북한 비핵화가 시작되더라도 짧으면 2년, 길면 15년이 걸릴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을 감안하면 섣부른 행동이다. 이러한 안보 구멍들이 하나의 구멍으로 늘어선 순간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68년 전 오늘 이승만 정부의 국방력 미확보와 대북감시 부재, 미국의 애치슨라인 선언 등 안보 구멍들이 일렬이 된 순간 북한군은 38선을 넘었다.

suk@
e-mail 김석 기자 / 국제부 / 차장 김석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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