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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지식카페 게재 일자 : 2018년 06월 27일(水)
强달러에 신흥국 휘청… ‘취약하다’ 찍히는 순간 공격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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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경수의 글로벌 경제 이야기 - (19) 또다시 고개드는 위기론

美국채수익률이 3% 넘어서고
Fed 연내 추가 금리인상 신호

외채 많은 신흥국 곳곳 파열음
‘펀더멘털’ 우수한 亞 신흥국도
美 - 中무역분쟁 위험에 노출돼

환율 오르면 달러빚도 느는 셈
정부 발권력 통해 빚 구제하면
외국인 자금 썰물처럼 빠질 것

최근 印·印尼·터키 금리 올려
투자자들 신뢰 얻으려 안간힘
국가간 ‘누가 덜 약한가’경연


#1.“과장된 것이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미국의 금리인상이 신흥국에 대한 파급효과를 우려하는 질의에 한 답변이다. 미국의 통화정책이 더 이상 관여할 문제가 아니라는 의미다. 이탈리아의 정치적 불안으로 다시 3% 아래로 하락했으나 10년만기 미 국채 수익률이 3%를 넘어서자 신흥국 통화가치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5년 만에 긴축발작이 신흥국에서 재연되는 것은 미 경제의 견조한 성장세와 날로 증가하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Fed의 금리인상을 예고한 데 따른 현상이다. 물가연동국채가 시사하는 예상인플레이션은 이미 2%를 초과했다.

높아진 미 채권수익률과 달러화 강세로 신흥국 통화표시자산에서 미 달러화표시자산으로 자금이 이동하자 경상수지와 재정적자 그리고 외채가 많은 신흥국에서 파열음이 일어나고 있다. 아르헨티나, 터키가 대표적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이집트, 우크라이나도 이 범주에 들고 있으며 폴란드, 콜롬비아, 칠레도 환율상승압력을 받고 있다. 작년 기록적인 자본유입이 일어났던 인도도 유가 상승에 따른 우려로 자본유입의 중단과 유출의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브라질은 상대적으로 대외여건이 덜 나쁘나 10월 대선에 따른 정치적 불확실성이 고조, 헤알화 가치가 낙하하고 있다. 역시 7월 초 대선을 앞둔 멕시코의 페소화도 요주의 대상이다.

신흥국 투자금 일부는 상대적으로 펀더멘털이 우수한 아시아 신흥국으로 이동하고 있다. 그러나 Fed의 확고한 금리인상기조와 확산의 기미를 보이는 중·미 무역분쟁은 이 지역도 결코 안전지대로 볼 수 없음을 시사한다. 무역분쟁은 중국뿐 아니라 글로벌가치사슬에 편입된 신흥아시아에도 상당한 부수적 피해(collateral damage)를 입힐 것으로 보인다.

1980년대 초 중남미국가들의 잃어버린 10년에서 1997년 아시아금융위기에 이르기까지 미국이 금리를 인상할 때 예외 없이 글로벌경제의 주변부에서 위기가 일어났다. 미 달러화는 기축통화로서 전 세계 외환거래의 반 가까이 차지한다. 90% 이상 외환거래에 달러화가 사용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비록 전 세계에서 차지하는 미국의 (구매력 기준) 국내총생산(GDP)이 15% 남짓하지만 Fed의 통화정책은 국제금융시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외환위기는 2009년 카르멘 라인하트와 케네스 로고프가 공저한 ‘이번엔 다르다:8세기에 걸친 금융의 어리석음’이라는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비록 그 형태는 매우 다양하나 그 본질은 놀랍도록 같은 패턴을 반복한다. 우리 옛말에 외상이면 소도 잡는다는 말이 있듯이 달러화 금리가 낮은 수준에서 오래 지속될 때 무분별하게 외화자금을 빌렸다가 금리가 오르면 낭패를 보는 것이다.

이번에도 당초 미 Fed의 금리정상화가 매우 점진적으로 일어날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달러화 금리는 올라도 달러화 가치는 오히려 하락하는 국제금융시장의 여건을 조성했고 일부 신흥국에서 분별력 없이 외채를 쌓았다. Fed는 6월 다시 금리인상을 단행했다. 그리고 연내 두 번 더 인상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



#2. 같은 빚으로 보일지 몰라도 달러 빚은 자국 통화로 진 빚과 다르다. 환율변동에 따른 평가 효과를 동반하기 때문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페소화가 자국 통화인 나라에서 대외채권은 미화 $100, 대외채무는 $200로 대외채무가 대외채권을 $100 초과했다고 하자. 만약 환율이 $1=PS1에서 $1=PS1.1로 10% 상승한다면 순대외채무는 $100=PS100에서 $100=PS110으로 PS10(=$9.1)가 증가한다. 이렇듯 달러화로 빚을 진 나라는 달러화 환율이 상승할 때 상환해야 할 빚도 같이 늘어난다.

한편 달러화로 대외채권을 $100 보유하고 있으며 대외채무를 자국통화인 페소화로 PS200를 진 경우를 생각해 보자. 앞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페소화 환율이 $1=PS1에서 $1=PS1.1로 10% 상승한다면 대외채권은 $100=PS100에서 $100=PS110로 PS10가 증가하고 따라서 앞에서 든 예와 정반대로 순대외채무는 PS10(=$9.1) 감소하는 효과를 동반한다. 이렇듯 대외채무가 어떤 통화로 발행됐는가에 따라 환율변동에 따른 평가효과는 정반대로 작동한다.

외채가 많은 신흥국에서 환율상승이라는 악재는 상환해야 할 외채가 더 늘어나는 평가효과를 동반하고 이 평가효과는 자칫 외채를 진 은행권이나 정부가 상환위험에 노출됨으로써 외환불안이 진정되지 못하고 쌍둥이 위기, 세쌍둥이 위기로 오히려 확대될 위험에 노출된다.

반대로 환율하락 시 일어나는 정(正)의 평가효과는 순외채가 있는 신흥국의 재무구조를 개선, 더 많은 해외자본이 유입되는 여건을 조성한다. 이와 같은 강한 경기동행성은 안전자산선호 시 신흥국을 옥죄고 위험자산선호 시 흥청거리게 하는 것이다.

<그래픽>은 글로벌금융위기 후 선진국과 달리 신흥국에서 GDP 대비 외채비율이 계속 증가해 온 추세를 보여준다. 그러므로 달러화가 강세로 돌아설 때 신흥국의 위험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한편 신흥국의 외채비율이 선진국보다 낮은 것은 그만큼 재무건전성이 높아서가 아니다. 설명하였듯이 신흥국이 외채에 취약하기 때문에 선진국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의미다. 역(逆)으로 선진국이 신흥국보다 외채비율이 높은 것은 자국통화로 외채를 발행하거나 국제금융시장에서 환위험을 헤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차이는 국가신용도에 반영된다.

우리와 비슷한 GDP 수준의 호주가 만성 적자국이며 GDP 대비 외채비율이 120%에 이르지만 보유외환은 600억 달러에 미치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높은 국가신용등급을 보유하고 있는 것은 외채를 호주달러화로 발행했거나 사전에 환위험을 헤징하였기 때문이다. 경상수지흑자가 GDP 대비 5%가 넘고 보유외환 4000억 달러, 순대외채권이 4600억 달러, 외채비율이 30%에도 미치지 못하는 우리나라와 큰 대조를 보인다.



#3. 현재 신흥국에 대한 우려는 글로벌금융위기 후 늘어난 빚에 중요한 배경이 있다. 미 국제금융연구소(IIF)에 따르면 26개 주요 신흥국의 가계, 비금융기업, 금융기업, 정부의 빚이 2008년 말 GDP 대비 148%에서 2017년 3분기 211%로 증가했다. 우리나라는 금융기업의 빚을 포함할 경우 300%를 넘어서 중국(295%)보다 많다. 이 추세는 선진국 21개국이 380%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과 대조된다.

이렇게 빚이 늘어난 데는 비록 외채도 증가했으나 상당 부분 자국통화로 표시된 빚 때문이다. 부채증가는 외부충격에 취약한 비우호적인 경제여건을 조성한다. 우선 자국통화부채가 늘어날 때 외화부채도 함께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빚의 수요는 많지만 공급이 부족할 때 나머지는 해외에서 충당할 수밖에 없다. 글로벌금융위기 전 우리나라에서는 은행이 예금이 부족해 은행채를 발행하고 은행채의 상당 부분을 외국인이 사들였다. 특히 국내로 유입된 외화자금이 조달금리가 낮은 단기자금이고 외화대출과 같이 장기로 운용할 때 만기불일치 위험도 발생한다. 외국인이 자금을 회수할 때 은행이 당장 이에 응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는 것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상황이 그랬다.

두 번째 정부, 은행 또는 대기업의 빚이 과다할 때 정부가 발권력을 동원해 구제해 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조성될 수 있다. 이 기대는 환율상승에 대한 또 다른 기대를 부추기게 되고 외국인이 환손실을 피하기 위해 자금을 회수할 때 위기로 귀결될 수 있다. 외채가 낮은 수준에서도 위기가 발생하는 사례는 상당 부분 이와 같이 국내부채가 과다할 때 일어난다.

세 번째 Fed의 통화정책에서 자유로운 신흥국은 없다. Fed가 금리를 올릴 때 신흥국도 금리인상 압력을 받는다. 그렇지 않을 경우 외국자본의 이탈이 일어나고 자칫 폭등하는 환율의 공포에 직면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신흥국의 금리인상은 한편으로는 자산시장의 침체를 동반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이자상환부담이 가중되어 자칫 부채 디플레이션이 일어날 위험이 있다. 예를 들어 은행에서 돈을 빌려 집을 산 사람들이 집값 하락에 따른 재무적 위험이 높아질 때 은행이 부채상환청구권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은행의 부실가능성이 높아지고, (우리나라와 같이) 은행이 가지고 있다면 소비위축이 일어나 저성장에 빠질 수 있는 것이다.



▲  한국경제학회장 (성균관대 교수)
#4. 최근 인도네시아는 4년 만에 두 번 연속 금리를 인상했다. 총재가 Fed의 자산축소와 감세로 인한 미 국채 공급증가에 따른 신흥국 달러화자금조달의 이중고를 경고했던 인도중앙은행도 10개월 만에 금리를 올렸다. 리라화 폭락에도 불구하고 별 대응을 하지 않고 있던 터키 중앙은행은 투자자들의 거센 요구에 무릎을 꿇고 금리를 올렸다. 중부유럽의 경제대국인 폴란드 화폐(즈워티)가치가 폭락하는 것은 중앙은행이 역사상 가장 낮은 금리수준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브라질 헤알화는 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고 주가는 폭락했다.

2015년 12월 마우리시오 마크리 대통령이 아르헨티나 역사상 최초의 선출직 부부 대통령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로부터 정부를 물려받았을 때 경제는 엉망이었다. 국가통계기관은 연 40%가 넘는 인플레이션을 위장하기 위해 가상 인플레이션을 산출했다. 중앙은행은 돈을 찍어 정부적자를 충당했고 외환규제로 페소화가치는 과대평가됐다. 우리에게도 많이 알려진 헤지펀드 엘리엇과의 분쟁으로 국제금융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도 없었다. 마크리는 페르난데스가 엉망으로 만든 경제를 열심히 설거지했다. 엘리엇과의 분쟁도 해결하고 작년 6월 100년 만기 국채를 발행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기에는 부족했으며 결국 국제통화기금(IMF)에 손을 벌려 500억 달러를 지원받기에 이르렀다.

그런 아르헨티나가 터키 리라화 환율이 폭등하자 상대적으로 이득을 보았다. 투자자들이 자본유출압력에 직면한 두 나라 정부의 정책대응을 비교한 결과다. 아르헨티나가 이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 금리를 40%로 올리는 등 몸부림을 쳤으나 터키는 늑장 대응을 한 것이다. 한 자산운용사가 22억5000만 달러의 아르헨티나 국채에 투자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주 갑자기 중앙은행 총재를 교체하자 시장은 다시 요동쳤다.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취약한 나라에서 돈을 찍어 빚을 갚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현재 글로벌금융시장은 마치 어느 나라가 덜 취약한지 경쟁하는 경연대회가 열리는 모습이다. 후보들은 자신이 건강하다는 신호를 열심히 보내야 한다. 자칫 한 묶음에 휩쓸려 희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3년 전 중국 위안화 시장이 요동칠 당시 월가의 한 투자은행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당연히 대화 주제는 중국의 외환불안에 대한 것이었다. 필자와 대화를 하던 직원에게 전화가 왔다. 그 직원은 속삭이듯 ‘중국이 더 나빠지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도 다 뺄 거야’라고 말하며 급히 끊었다. (문화일보 5월 16일 자 28면 18 회 참조)

한국경제학회장 (성균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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