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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이도운 논설위원 게재 일자 : 2018년 06월 27일(水)
외교안보도 전면 재점검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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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운 논설위원

안보도 경제도 美·中이 중요
남북관계 개선은 해답 안 돼
진보좌파 청사진, 세상과 逆行

미, 남-북-러 가스관 반대하고
독자적 한반도 통일 그림 그려
先 한·미 동맹 돼야 북·중 풀려


해답은 남북관계 개선이 아니다. 안보와 경제 문제를 풀려면 미국과 중국을 잡아야 한다. 김정은은 그걸 안다. 그래서 문재인 대통령과의 두 차례 정상회담을 미·중과의 관계 개선 수단으로 이용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6·12 회담이 끝난 뒤 김정은을 ‘위대한 협상가’로 치켜세웠고, 시진핑 주석은 세 차례 정상회담을 통해 북·중 간 전통적 당(黨) 대 당, 정(政) 대 정, 군(軍) 대 군 관계를 회복시켜 줬다. 이제 한반도는 북한 중심으로 돌아가는 듯하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아베 신조 일본 총리도 김정은을 만나지 못해 안달이다.

문재인 정부는 남북관계 개선이 해답이라고 생각했을까. 미국보다 북한을 배려하는 ‘중재자’, 미·북 회담에 적극 개입해보려는 ‘운전자’ 역할은 역효과를 가져온 것 같다. 미 당국자는 대북 협상 초기, 문 정부가 김정은의 비핵화 발언을 걸러서(filtering) 전달했고, 의도를 편향되게(bias) 해석했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연합훈련을 일방적으로 연기하고, 주한미군 철수를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우리 안보의 심각한 위기다. 또 ‘차이나 패싱’에 신경이 곤두섰던 중국은 문 대통령이 굳이 싱가포르까지 날아가서라도 남·북·미 종전선언을 추진하려 하자 더욱 화가 나버린 것 같다. 남북관계에 매달리다 보니 북한과의 편무(片務) 관계도 심해졌지만, 더 큰 문제는 미·중과의 관계가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고, 미·북 협상이 시작되자 진보좌파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앞다퉈 ‘종전선언 → 평화협정 → 남북연합’ ‘남북정상회담 정례화 → 남북연합기구 설립 → 연방제 통일’ 같은 청사진을 그려댔다. 그러나 세상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문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과 만나 남-북-러 간에 철도·가스·전력 등 협력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북한 개방과 투자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몇 년 전, 미 국무부의 국제 에너지·환경담당 차관보를 만나 “남-북-러 가스관 사업을 지지하느냐”고 물었다. 그는 “반대하지 않지만, 우리는 다른 아이디어가 있다”고 했다. 미국에서 건설 중인 셰일 가스·원유 파이프라인이 캐나다를 거쳐 알래스카까지 이어지는데, 한국과 일본이 LNG 선박을 이용해 그걸 수입하면 어떠냐고 반문했다. 에너지는 전 세계 정치·경제를 직접 움직이는 전략 산업이다. 남-북-러 가스관은 미·러 간의 동북아 에너지 패권이 걸린 문제라는 것을 문 정부는 알아야 한다.

한반도의 더 큰 그림은 한국이 아니라 미국에서 그려지고 있는 것 같다. 미 정부는 최근 랜드연구소에 남북한 통일에 대한 연구를 의뢰했다. 1차 연구 주제는 남북관계가 아니다. 통일 후 미·중·일·러의 이해관계다. 해당국 언어 전문가들까지 채용했다. 랜드 연구소는 세계적인 군사 전문 싱크탱크이고, 수학자와 물리학자를 동원한 계량화(計量化)에 능하다. 미국이 생각하는 한반도의 통일은 ‘민족’이 배제된 차가운 숫자와 이해관계의 나열일지도 모른다.

한반도의 지정학(地政學)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세계 최강의 해양세력(미·일)과 대륙세력(중·러)이 패권을 다투는 구도다. 김정은의 핵 무력 완성 선언, 한국 정부의 ‘신뢰’나 ‘진심’ 외교로는 바꿀 수가 없다. 20세기에 딱 한 번 변화의 기회가 왔었다. 소련 해체와 동구권 몰락이었다. 그때 유럽에서는 독일이 통일을 이뤘다. 그러나 한반도에서는 남북기본합의서와 비핵화합의서만 채택되고 지나가버렸다. 21세기에 큰 변화가 온다면, 그것은 미·중 간의 전면적인 패권 다툼일 가능성이 크다. 두 나라는 벌써 무역·금융·신기술 전쟁을 시작했다.

문 대통령은 논란이 컸던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재점검하기 위해 경제 참모를 바꿨다. 옳은 방향이다. 남북관계 위주의 외교·안보 정책도 더 늦기 전에 재점검해야 한다. 안보의 근간인 한·미 동맹은 튼튼한가? 자주국방 태세는 갖추고 있나? 가장 큰 위협인 북 핵·미사일 폐기는 진전이 있나? 중국과는 북한 문제를 깊이 논의할 수 있는가? 후방기지 역할을 해주는 일본과 관계는 개선되나? 러시아는 잠재적 우군이 될 수 있나? 어느 것 하나 그렇다고 답하기 어렵다. 그러나 답은 이미 나와 있다. 한·미 동맹이 먼저다. 북한이 핵을 가져도 한·미 동맹으로 억지할 수 있지만, 미국이 떠나면 한국은 머지않아 북·중·러·일의 아귀다툼 속에 떨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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