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권 조정 앞두고 검·경 ‘숫자 전쟁’ 치열

정부의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안 발표 후 검찰과 경찰의 ‘숫자 전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국회 입법 절차를 앞두고 검찰과 경찰이 아전인수(我田引水)격의 유리한 통계 수치를 잇달아 발표하면서 여론전을 벌이는 모양새다.

경찰청은 2일 2011년 경찰의 수사개시권 명문화 이후 경찰의 자체 인지사건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1년 경찰의 자체 인지사건은 6만6809건으로 전체사건(175만2598건)의 3.81%를 차지한 반면, 2016년 경찰의 자체 인지사건은 4만2362건으로 전체사건(184만9450건) 2.39%에 그쳤다. 5년 사이 경찰의 자체 인지사건 비율과 사건 수치가 모두 감소한 것이다. 이는 최근 2011년 수사권 일부 조정 이후 경찰이 무리하게 인지수사를 늘려 억울한 수사를 받는 사람이 늘었다는 검찰의 주장과 배치된다. 앞서 대검찰청은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 2016년 한 해 경찰에서 수사를 개시한 인지사건 154만544건 가운데 17만3996명의 피의자가 검찰 수사 단계에서 억울함을 벗고 기소를 면하게 됐다는 자료를 제출했다. 경찰의 수사가 개시돼 이리저리 피의자로 불려 다니다 결국 검찰에서 혐의가 없는 것으로 드러난 사람이 1년에 17만여 명에 달한다는 것이다.

경찰은 검찰이 주장하고 있는 경찰의 인지수사 사건 154만544건 가운데에는 청와대 청원 및 국민신문고 탄원 등으로 인한 민원 수사(149만6182건)가 대부분이라고 반박했다. 첩보 등 경찰이 독자적으로 범죄 단서를 포착해 인지수사에 착수한 것은 2016년 4만4362건으로, 2011년 6만6809건에 비해 오히려 2만2447건 감소했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검찰이 불기소했다는 17만 건의 인지수사 건수에는 경찰도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사건까지 포함돼 있다”며 검찰이 의도적으로 수치를 왜곡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 국면에 들어선 뒤 검찰과 경찰이 통계 수치를 놓고 서로 다른 해석을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검찰은 경찰이 지난 2017년 기소의견으로 송치한 사건 가운데 검찰에서 불기소하게 된 사건이 24만7403건에 달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검찰도 혐의점을 발견했으나 정상참작 등을 이유로 기소유예한 20만599건을 제외하더라도 약 4만6000건의 사건이 검찰 단계에서 죄의 억울함을 벗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경찰은 4만6804건 가운데 1만9324건은 처벌불원, 고소취소, 공소시효 완성 등으로 ‘공소권 없음’으로 처리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검찰이 주장한 4만6000여 건의 사건 중 검찰이 죄가 안 된다고 판단한 사건은 2만7480건으로 전체의 1.7%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는 같은 기간 1심 형사재판 무죄율 5.8%보다도 낮은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김다영 기자 dayoung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