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文정부의 잇단 ‘징벌적 코드增稅’ 계층 갈등 더 키운다

대통령 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가 3일 부동산·금융 자산가에게 더 많은 세금을 떠안기는 권고안을 내놓았다. 이달 말 정부가 확정할 세법개정안의 줄기가 될 내용이다. 당초 종합부동산세가 초점이었던 특위 논의는 금융소득 종합과세로까지 그물망을 넓혔다. 지난해 소득세·법인세 인상에 이은 문재인 정부의 ‘2차 부자 증세(增稅)’다. 이런 정책은 목적과 효과는 모호하고, 타이밍은 부적절하며, 조세 일반원칙과 글로벌 추세와 상반된다는 점에서 전반적으로 ‘가진 자’에 대한 질투와 증오의 측면이 더 돋보인다.

종부세는 공정시장가액비율과 세율을 동시에 올리는 고강도 방안이 적용됐다. 34만6000명 대상자가 더 낼 세금은 1조1000억 원이다. 청와대는 “세수 확충보다 조세 형평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전체 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부동산시장 안정 효과도 그리 크지 않다면 ‘부유세’라는 뜻이다. 문 대통령은 임기 5년 내내 중산층·서민·중소기업 증세는 전혀 없을 거라고 밝힌 바 있다. 이런 편 가르기 증세는 계층 간 갈등을 부추기고 키운다. 금융소득 종합과세 기준 금액은 2000만 원에서 1000만 원으로 강화됐다. 4000만 원에서 2000만 원으로 낮춘 게 2013년인데, 또 내리면 과세 대상이 9만 명에서 40만 명으로 확 늘어난다. 이중엔 노후자금으로 금융상품에 투자한 일부 중산층도 섞여 있다. 금융소득 과표는 건강보험에도 적용된다. 부자 증세 뒤에서 은퇴자들이 날벼락을 맞을 수 있다.

세계 각국의 인하 경쟁에도 불구하고 문 정부는 지난해 법인세를 올렸다. 대기업에 대한 질시를 빼곤 명분도 실리도 없는 ‘코드 증세’의 전형이다. 이번 권고안 역시 특정 계층·지역을 표적 삼은 정치적 의도가 뚜렷하다. 보유세를 올리겠다면서 총 세수 대비 비중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7.5배인 거래세는 접어두었다. 근로소득자의 44%가 면세자인 기형 구조에도 눈감고 있다. 코드 증세에 골몰하느라 ‘넓은 세원, 낮은 세율’이란 기본원칙과 더 멀어지는 것이다. 세금은 어떤 식으로든 전가된다. 부자를 겨냥한 세금이라도 일반 주택 소비자 부담으로 돌아갈 수 있다.

경기가 가라앉으면서 내수 위축이 가시화하는 상황이다. 소비를 더 줄일 증세에 나설 때가 아니다. 더 거둔 세금을 최저임금 보전, 공공 일자리 등 코드 정책 뒤치다꺼리에 쓴다면 납세자들도 납득하지 못할 것이다. 증세보다 세금 퍼주기 같은 무분별한 지출을 걸러내는 게 올바른 재정개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