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onsumer >베스트셀러 만드는 ‘마법의 띠’?… 독자들엔 그저 ‘애물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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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효용성 논란 가열

독자 86.7% “필요하지 않다”
자원 낭비·보관 불편 등 호소
환경단체·서점서 퇴출운동도

출판계 “가성비 좋은 홍보수단”
日선 띠지 광고문구로 대박쳐
낭비 논란에도 “필요악” 지속

책 표지 하단을 두르고 있는, 광고 문구가 들어간 가늘고 긴 종이. 띠지(jacket band)다. ‘띠지’가 뭔 얘깃거리인가 싶겠지만, 책을 만드는 출판편집자와 북디자이너 그리고 독자들에 따라 띠지에 대한 양가적인 감정이 제법 복잡하다. 환경론자들로부터 비판을 받는가 하면, 요사이는 띠지 수집 마니아가 생겨나고, 광고를 넘어 북디자인으로 다양하게 변주되기도 한다.

몇 해 전, 한 인터넷 유머사이트에 “책 띠지를 발명한 놈은 전 인류에게 죄를 지은 겁니다”라는 글이 올라와 출판가에서 화제가 됐었다. 이 글은 “과장된 광고 문구, 표지 디자인을 해침, 독서와 책을 꽂을 때 불편함, 처치 곤란” 등의 이유를 열거하며 “이건 아예 불법으로 지정해야 한다” “이 빌어먹을 것에 너무 많은 나무가 낭비된다” “악질 발명품이다”라고 성토했다. 유머러스한 글이었지만, 1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리며 사람들이 띠지에 관해 나름 호불호의 판단을 해왔음을 보여줬다. 책 띠지에 부정적인 사람들은 “사는 즉시 냅다 버린다” “거추장스럽다” “환경에 좋을 게 없다” 등의 격한 반응을 보인 반면, 호의적인 측에서는 “그냥 책갈피로 쓰면 되지, 뭐” “왠지 띠지가 하나의 디자인 같아 버리기 그렇다” “띠지를 버리면 순식간에 책이 중고가 돼버린 느낌이다” 등의 의견을 보였다. “띠지가 있으면 귀찮은데, 또 버리자니 뭔가 빠지는 기분”이라는 한 댓글처럼, 띠지를 ‘계륵(鷄肋)’처럼 여기는 독자들이 대부분이다. 광고 효과를 기대하는 출판인들 쪽에서는 ‘필요악’이라는 게 일반적인 생각인 듯하다.

◇띠지가 뭔가요

독자들도 책을 구입할 때 띠지를 있는 듯, 없는 듯 생각할 것이다. 띠지가 없는 책이 드물 정도로 일반화돼 그저 책의 일부처럼 생각한다. 무심코 서점에서 책을 고른 독자라면 띠지의 ‘강렬한’ 광고 문구에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얘기 못 한다. 대다수 일반 단행본은 앞표지, 뒤표지에 앞·뒷날개가 달린 북 커버(book cover)의 하단에 광고 문구가 들어간 가늘고 긴 종이가 둘려 있다. 눈에 잘 띄는 광택 색지에 ‘○○○상 수상작’ ‘△△△의 추천작’ ‘××× 베스트셀러’ 등의 광고 문구나 유명 인사의 추천문이 기재된다. 띠지의 형태도 가로 방향 일변도에서 근래에는 세로 방향, 사선 모양, 물결 모양 등 다양한 모습으로 바뀌었다. 그 크기도 아래에서 책 높이의 20∼30% 정도를 두르는 일반적인 것부터 절반 혹은 표지를 거의 덮는 재킷 형태까지 등장했다.

띠지에 관한 규모 있는 조사나 통계는 거의 없다. 10여 년 전만 해도 출판인 사이에 단행본의 25∼30%가 띠지를 두른다는 얘기가 있었다. 하지만 소위 ‘잘나가는’ 책의 띠지 사용 비율은 훨씬 높다. 2015년 발표된 ‘국내 북 커버 디자인에서 띠지의 선호도 및 실증연구’(중앙대 김정현·서혜옥)란 논문에 따르면, 그해 10월 교보문고의 소설, 에세이, 인문, 자기계발, 경제·경영 분야 베스트셀러 상위 50위 중 74%가 띠지를 사용했다.

◇버릴까? 보관할까?

몇 년 전 국내 출판잡지 ‘월간 라이브러리 & 리브로’가 76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띠지가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이 86.7%, ‘필요하다’는 응답은 13.3%에 머물렀다. 반면, 얼마 전 일본의 ‘북·오프(book·off)’ 온라인에서 앙케트를 실시한 내용을 보면, 책 띠지를 ‘보관한다’는 응답이 75% , ‘버린다’가 15%로 나타나 우리나라와 반대 양상이 나타난 점이 눈길을 끈다. 띠지를 보관하는 사람들은 ‘띠지가 일반화돼서 책의 일부로 생각한다’거나 ‘버리기에는 어쩐지 아깝다’는 답변이 많다. 띠지의 필요성이 없다거나 버린다는 독자들은 대개 ‘독서에 방해가 된다’거나 ‘구겨져서 불편하다’ 등의 이유를 들었다.

일본의 한 온라인 서점 게시판에 올라온 독자의 문의. “최근 온라인으로 책을 구입했는데 띠지가 붙어 있지 않습니다. 공지사항에 ‘배달된 책은 띠지가 없을 수 있다’고 돼 있어 어쩔 수 없지만, 띠지만 구할 수 없을까요? 서점에서 띠지만 몰래 가져 나온다면 범죄가 될까요? 답변을 부탁드립니다.”

온라인 서점의 답변. “띠지는 광고 수단이어서 상품의 일부로 취급하지 않아 띠지만 요청할 수 없습니다. 서점에서 띠지만 몰래 가져가는 것은 절도입니다.” 띠지를 꼭 구하고 싶은 ‘띠지 마니아’의 질문과 출판사의 답변이 웃음을 자아낸다. 일본은 물론 국내에서도 띠지를 수집하는 ‘띠지 마니아’들이 생겨나고 있다. 특히 책을 중고로 팔 때 띠지가 있느냐, 없느냐가 가격을 결정하기도 한다.

◇띠지의 논란과 변신

국내에서는 몇 년 전 환경단체와 일부 서점들이 ‘띠지 없애기 운동’을 펼친 적이 있다. 대개의 책이 인터넷으로 소개되는 현대에 굳이 띠지를 만드는 것은 효과도 없고 낭비라는 지적이다. 하지만 출판인들이 띠지를 고집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도서출판 담앤북스의 오세룡 대표는 “보통 1000부를 찍을 때 띠지에 소요되는 비용이 50만∼60만 원 정도 든다”며 “사실 이 정도 비용으로 홍보할 수 있는 방법이 띠지밖에 없기 때문에 출판인들이 서점에 진열됐을 때 독자들의 눈길을 붙잡을 수 있는 띠지를 만들게 된다”고 설명했다. 출판사 글항아리의 강성민 대표는 “표지에 담기 힘든 마케팅 포인트가 있기 마련이고, 더 많은 정보를 넣기 위해 출판인들이 띠지를 선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띠지 하나가 ‘대박’을 친 사례는 출판인들을 더욱 띠지에 집착하게 한다. 일본에서는 1986년에 출간된 ‘사고의 정리학(思考の整理學)’이란 책이 당시에는 주목을 받지 못했으나, 2007년 ‘도쿄(東京)대·교토(京都)대에서 첫 번째로 읽는 책’이라는 문구를 넣은 띠지를 달고 재출간된 뒤 190만 부의 경이적인 기록을 세운 적이 있다. 일본에서 유행하는 ‘라이트 노벨’ 시장에서는 띠지를 바꾼 뒤 매출이 10배 이상 증가하는 사례가 나와 종종 화제가 된다.

북디자이너들은 띠지가 디자인을 해치기 때문에 기피하는 편이지만, 이제는 일반화된 띠지를 전체 디자인에 포함시켜 예술성도 가미하고 있다.

엄주엽 선임기자 ejyeo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