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파란 밤하늘 위로 유성처럼 쪽배가 날아가는 풍경을 그린 전준엽 화백의 ‘마음 풍경2’. 캔버스에 유화로 그린 신작이다. 세종갤러리 제공
‘별 하나에 추억과’ 시리즈 선보이는 전준엽 화백
세종갤러리 15일까지 초대전
작품 속에‘시인의 고뇌’담아
대상물들 부드럽게 어우러져
해외서도 독창적인 화법 호평
“예술가에게 지사적 삶을 요구하는 시대가 있다. 윤동주가 살았던 시절이 그랬다. 타고난 서정성 탓에 행동하는 지식인이 될 수는 없었던 그는 시대에 대한 송구스러움을 참회의 고백으로 시에 담았다. 하늘, 별, 바람 그리고 시로만 시대를 견뎌야 하는 자신이 밉다고. 그게 어쩔 수 없는 자신의 모습이라고. 고난의 농도나 시대 성분이 달라져도 예술가의 고뇌는 같다. 이념이 번성하는 시대의 예술은 피폐할 수밖에 없으니까.”
서울 충무로 세종호텔의 세종갤러리에서 오는 15일까지 초대전을 여는 전준엽(65) 화백은 최근 작가노트에 그 같은 글을 남겼다.
겸재 정선의 ‘진경산수’ 세계를 유화 기법으로 표현해 ‘추상이 대세인’ 화단에서 유니크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전 화백이 작가노트에 ‘지식인’과 ‘시대에 대한 송구스러움’을 거론한 까닭은 무엇일까.
한때 그는 민중미술 계보의 작가로 활동했다. 1982년 결성된 ‘임술년’의 동인으로 이종구, 황재형, 한희원 등의 작가들과 함께 민중미술 진영에서 활발히 작품 활동을 했다. 그런 그에게 어느날 변화가 찾아왔다.
“윤동주 시인을 옥죄었던 이념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그의 시는 여전히 살아남아 우리 감성을 적시고 있습니다. 1941년 어느 밤, 하늘의 별을 보며 (윤동주) 시인은 자신과 연결된 많은 일을 기억해 냈을 것입니다. 그가 헤아렸던 밤하늘의 별을 저 역시 올려다보았습니다. 그리고 캔버스 앞에 앉아 자연스럽게 ‘별 하나에 추억과’ 연작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전 화백은 이제 사랑과 꿈, 우주와 영원을 화폭에 펼쳐 보이고 있다. 이번 초대전에서 전 화백이 선보이는 신작 ‘별 하나에 추억과’ 시리즈 등 31점도 농익은 그의 예술세계를 확연히 보여주고 있다.
그 세계는 민중미술을 하는 젊은 작가에서, 그림을 이야기하는 미술기자로, 한때는 전시를 기획하는 미술관 학예실장 일도 했던 작가가 이순(耳順)의 나이를 훌쩍 넘겨 당도한 ‘한국적 미감’의 경지다.
그의 작품은 동양화에서 강조되는 여백의 미와 함께 재료의 물성에서 오는 힘 있는 터치감을 함께 보여준다. 겸재 정선을 표방하지만 그의 작품은 겸재의 산수화와는 또 다른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마무리 스크래치 효과로 대자연 속 유형·무형의 대상물들이 서로 녹아들며 날카롭지 않고 부드럽게 어우러져 있는 형상을 발견할 수 있다. 또 재료의 물성을 통해 거칠게 표현된 기암괴석은 자연물의 느낌을 고스란히 관객에게 전달하는데 이 또한 마무리 스크래치 기법에 의한 것이다.
그 같은 독창적인 화법 때문인지 그의 그림은 해외 컬렉터들로부터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해외에서 가진 전시회만 아사히(朝日)신문사 기획 도쿄(東京) 세타가야(世田谷) 미술관 등 일본 5개 도시 미술관 순회전을 비롯해 홍콩, 뮌헨, LA, 뉴욕, 마이애미 초대전까지 모두 10여 차례에 이른다.
‘글 잘 쓰는 작가’로도 유명하며 ‘화가의 숨은 그림 읽기(중앙북스)’ ‘나는 누구인가(넥서스)’ ‘익숙한 화가의 낯선 그림 읽기(중앙북스)’ 등 여러 권의 책을 내놓았다.
전준엽 화백은 한국현대미술제 초대작가상, 청작미술상, 마니프 국제 아트페어 특별상, 한국미술작가상, 구상전 금상 등을 수상했으며, 주요 작품이 국립현대미술관, 워커힐미술관, 성곡미술관, 외교부장관 공관, 주스위스 한국대사관, 오사카 한국영사관, 뉴욕 한국문화 소사이어티, 용평리조트, 메이필드 호텔, 마루종합건설 등에 소장돼 있다. 전시 문의 02-3705-9021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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