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이 몰수한다던 이산가족 시설… 보수비용은 南서 충당

상봉행사 내달 금강산서 개최
교추협, 25억 예산 의결할 듯

정부는 오는 17일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교추협)를 통해 다음 달 금강산에서 개최되는 이산가족상봉행사를 위해 남북교류협력기금 예산 25억여 원의 지출을 의결할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북측이 지난 2010년 몰수 조치로 인해 북측 자산이 됐다고 주장하고 있는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의 개·보수 비용을 남측이 이번 예산으로 거의 전액 충당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16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정양석 자유한국당 의원실에 따르면 통일부 장관이 위원장인 교추협은 지난 11일부터 이날까지 서면으로 이산가족상봉행사 지원 예산 25억여 원에 관해 서면 심의를 진행하고 있다. 교추협은 서면 심의 결과를 바탕으로 17일 이번 예산을 최종 의결할 예정이다.

이번 이산가족상봉행사 예산에는 실제 상봉행사를 진행하기 위한 비용 외에 행사가 진행되는 장소인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를 개·보수하는 비용도 포함돼 있다. 개·보수 비용의 집행은 상봉행사가 끝나는 8월 말∼9월 초쯤 이뤄질 예정이다. 통일부 관계자와 대한적십자사 및 현대아산 관계자 등으로 구성된 시설 개·보수단은 지난 9일부터 이산가족면회소 개·보수 작업을 진행 중이며, 이번 작업은 상봉행사 선발대 파견이 예정된 내달 15일 전까지 마무리될 전망이다. 개·보수 작업에 필요한 자재들은 거의 전부 남측에서 반입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계자에 따르면 금강산 현지 작업에서 필요한 자재 리스트가 작성되면 통일부 등 정부 부처가 이를 검토해 반입 가능 결정이 나면 공사를 맡은 남측 기업이 해당 자재를 금강산으로 반입하고 통일부가 관련 비용을 집행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반면 북측은 개·보수 작업에 필요한 자재 등을 전혀 지원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008년 완공된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는 지하 1층, 지상 12층 규모의 건물로 2009년과 2010년, 2014년, 2015년 총 4차례 이산가족 상봉행사에서 단체 상봉장으로 사용된 바 있다.

또 지난 2008년 관광객 피격 사망 사건 후 남측이 금강산 관광을 전면 중단하자 북측은 2010년 이산가족면회소 등 금강산 내 남측 정부의 시설을 몰수하고 남측 기업의 자산에 대해서는 동결 조치했다.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금강산 지역 시설의 소유권 문제와 관련, “지금은 그런 문제를 협의할 계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향후 남북 간에 협의를 통해서 원만히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