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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8년 07월 16일(月)
“아이들 슬픈 장면서 ‘킥킥’… 세대차이 참 더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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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영화제서 44년만에 ‘별들의 고향’ 상영… 이장호 감독 ‘소회’
“최인호 저세상, 이장희 병원… 나만 여기 서있네요”


“최인호는 저세상에 갔고, 이장희는 병원에 있고, 살아남은 이장호만 이 자리에 서있습니다.”

제3회 충무로뮤지컬영화제 ‘충무로 리와인드’ 부문에서 자신의 대표작인 ‘별들의 고향’을 개봉 44년 만에 상영한 이장호(사진 오른쪽) 감독은 이같이 소회를 밝혔다. 신성일과 안인숙이 주연을 맡은 이 영화는 남자들에 의해 송두리째 짓밟힌 여인의 삶을 그렸다. 1974년 개봉 당시 47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한국영화 흥행기록을 새로 썼다. 또 국내 최초로 이장희·강근식이 만든 OST 음원이 발표됐다.

충무로뮤지컬영화제는 이 영화 OST 음원을 바탕으로 ‘모노’로 녹음된 음악과 효과음 95%를 ‘스테레오’로 새로 녹음했다. 여기에 KBS성우극회 소속 성우들이 배우들의 대사를 무대에서 라이브 더빙으로 입히는 공연으로 만들어 13·14일 이틀 동안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 중극장에서 공개했다. 여주인공인 안인숙 씨 목소리 연기를 맡았던 성우 고은정(왼쪽) 씨도 나와 “행복해요. 더 꼭 껴안아주세요. 여자란 참 이상해요. 남자에 의해서 잘잘못이 가려져요”라는 경아의 대사를 연기해 큰 박수를 받았다.

14일 공연 후 고 씨와 함께 무대에 오른 이 감독은 고 씨에게 “오랜만에 같이 무대에 서봅니다”라고 인사한 후 “TV에서 가끔 ‘별들의 고향’을 방영해준다. 한번은 아이들이 ‘아빠 영화 한다’고 깨워서 자다가 일어나 봤는데 아이들이 슬픈 장면에서 킥킥 웃더라”며 “나는 굉장히 노여운데 화낼 수가 없어 참고 지낸다. 그럴 때마다 ‘세대차이라는 게 참 더럽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고 토로했다. 그는 “최인호의 동명 소설이 베스트셀러라 영화도 흥행할 수 있었다. ‘제 입술은 작은 술잔이에요’ 같은 최고의 대사를 요즘 젊은 관객들은 웃긴다고 한다”며 “최인호가 살아있었으면 모욕감을 느꼈을 거다. 먼저 저세상에 갔는데 그게 행복한 일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장희의 음악도 영화 흥행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당시에는 보통 2시간 안에 영화에 들어갈 음악을 모두 만들었는데 이장희는 한 달 동안 여러 채널로 녹음해 영화음악을 완성했다”며 “이장희도 척추 수술 때문에 이 자리에 못 나왔다”고 밝혔다.

고 씨도 당시 목소리 연기를 맡은 일화를 소개했다. 그는 “엄앵란 양을 시작으로 당시 ‘여배우 트로이카’로 불린 윤정희, 남정임, 문희의 목소리 연기를 주로 맡았는데 이장호 감독님이 녹음실로 찾아와 안인숙의 목소리를 녹음해달라고 했다”며 “내가 ‘엄앵란이랑 안인숙은 족보로 따지면 할머니와 손녀인데 어떻게 하냐’고 했지만 그래도 꼭 해달라고 해서 녹음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후배들이 새로 더빙한 영화를 보니 역사는 끊임없이 변한다는 생각이 든다”며 “말이 시대의 정서를 담는 것이라 영화가 새롭게 보인다”고 덧붙였다.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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