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기업을 ‘착취 주체’로 보는 경제관, 文정권 本色인가

문재인 정권의 핵심 인사들이 잇달아 한국경제를 ‘착취와 피착취’의 대립 구조로 바라보는 듯한 시각을 내비치고 있다.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대한민국의 정체성인데, 집권 세력의 일각에서라도 이런 마르크스주의적 경제관이 있다면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오래 전부터 ‘헨리 조지’ 방식의 토지공개념을 주장해 논란을 일으켰다. 이번에는 홍영표 원내대표가 ‘삼성’을 적시해 “협력업체들을 쥐어짜고 쥐어짜서 세계 1위를 만들었다”고 지난 13일 밝혔다. 스쳐 지나가는 얘기가 아니라 여성경제인협회 등 주최로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여성경제포럼에서 공식적으로 나온 발언이다.

홍 원내대표는 “삼성 같은 기업들이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얘기”라고 해명했으나 발언 자체를 철회하지는 않았다. “일부 언론에서 자극적으로 (자신의 발언을) 재생산한다”며 언론 핑계도 댔다. 그러나 홍 원내대표는 “삼성의 순이익 중 20조 원만 풀면 200만 명한테 1000만 원씩을 더 줄 수 있다”고도 했다. 이익이 ‘착취’에 근거하고 있으니 직접 나눠주자는 발상이다. 기업 이윤을 착취 결과물이라며 죄악시하는 마르크스 경제관과 뭐가 다른가. 지난해 삼성전자 1차 협력업체 149개사의 영업이익률은 8.5%로, 글로벌 제조업체 상위 수준인 것만 봐도 그런 인식은 틀렸다. 현대 기업의 이윤은 창의력과 경쟁력에서 창출된다. 협력업체와 상생 발전이라는 생태계 없이 글로벌 기업은 불가능하다는 것은 초보적 경제 지식만 있어도 알 수 있다.

추 대표는 지난해 국회 연설과 ‘지대 개혁’ 출판기념회 등에서 ‘토지 사유권 배제’를 주장한 헨리 조지의 예를 들어 토지보유세를 강조했고, 지난 3월 문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에도 유사한 토지 공개념이 포함됐으며, 당헌 개정안에도 그런 취지가 담길 것이라고 한다. 여당 대표와 원내대표의 이런 경제관이 문 정권의 본색(本色)은 아닌지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