週52시간에 이른 폭염… 산업생산 ‘탈진’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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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업무 중단에 곳곳 생산 차질
조선업 등 ‘시간과의 싸움’돌입

최대전력 수요 8621만㎾ 돌파
올여름 목표치 8830만㎾ 턱밑
혹서기 장기화땐 수급 아슬아슬

예년보다 보름 이상 앞당겨진 폭염으로 산업현장에 비상이 걸렸다. 무더위가 전례 없이 장기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는 터라 무더위를 피해 작업을 해야 하는 생산 현장은 최근 근로 단축 시행 등과 맞물려 어려움이 클 수밖에 없다. 전력 수급도 기저발전을 가동하며 최대 수요치에 대비하고 있지만 길어지는 더위 앞에 수급 불안을 완전히 지우긴 어려운 모습이다.

17일 산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서울 지역 첫 폭염 경보가 내려진 가운데 실시간 전력 수요도 여름철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16일 오후 5시 최대 전력 수요는 8621만㎾로 2016년 8월 12일에 기록된 여름철 역대 최대치 8518만3000㎾를 훌쩍 넘어섰다. 정부는 지난 5일 ‘여름철 전력수급계획’을 밝히며 9일부터 오는 9월 14일까지를 전력수급 대책 기간으로 지정하고, 수급 상황을 집중 관리하고 있다. 당시 산업통상자원부는 혹서기를 8월 중순으로 가정하고 올해 여름 최대 전력 수요 목표치를 8830만㎾로 잡았다. 비상 상황에 대비해 추가 자원 총 681만㎾를 확보하고, 예비력 단계별 상황에 따라 대응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16일 이미 지난해 여름 최고치인 8459만㎾를 넘어선 데다 혹서기 폭염이 약 20일 이상 앞당겨져 수급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지금처럼 평년보다 4∼7도 높은 고온 현상이 지속하면 전력 수요 폭증에 따른 각종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산업부 측은 “여름철 기저발전 가동을 정상화하는 것은 물론 전력 수요 급증에 따른 다양한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산업현장은 무더위 도래로 인한 ‘시간과의 싸움’에 들어갔다. 근로자들의 건강을 위해 낮 시간 작업이 제한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주 52시간 근로 시간 단축으로 생산 자체에 어려움을 겪는 곳도 즐비하다. 당장 에어컨 업계는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 시행과 성수기 도래로 인해 공급 부족 사태를 걱정하고 있다. 각 업체는 이를 막기 위해 생산 라인의 풀 가동 시기를 대거 앞당겨 대응하고 있다. LG전자는 올해 에어컨 생산 라인의 풀 가동 시점을 지난해보다 한 달 반가량 앞당긴 올 2월부터 시작했으며, 3년 전부턴 연중 생산 체제를 도입하고 있다.

야외 작업이 많은 조선업종은 말 그대로 무더위와의 사투에 돌입한 상태다. 뜨겁게 달궈진 철판에 용접하는 작업은 그야말로 고역 중 하나다.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는 매일 오전 11시 50분에 작업 현장의 온도를 측정해 온도에 따라 점심시간을 연장하는 등 근무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영 중이다. 생산현장에 휴대용 물통, 정수기는 물론 제빙기도 설치해 직원들이 더위를 식힐 수 있도록 했다. 건설업계도 혹서기 매뉴얼에 맞춰 현장을 운영하고 있다. 근로자들이 더위에 지치지 않도록 오후 1∼3시 폭염 시간대에 휴식시간을 주고, 휴게소나 그늘막, 얼음 조끼, 물수건 등 더위를 식힐 수 있는 시설과 물품을 제공하고 있다.

박정민·이관범·유회경 기자 bohe0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