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무사 계엄령 문건’ 수사>文대통령 지시 ‘법령 위반’ 논란

“개별사건 구체적 지시 못해”
靑조사 독립성 침해 우려도

靑“대통령령으로 구성 가능”

문재인 대통령이 국군기무사령부 ‘위수령·계엄 문건’과 관련해 독립수사단 구성을 지시하고, 수사에서 증거가 될 수 있는 자료를 모두 제출하라고 한 데 대해 관련 법령 위반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대통령이 개별 사안에 대해 구체적인 수사 지시를 내리고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 청와대가 별도 조사를 하는 것이 수사 독립성을 침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직 검찰 고위 관계자는 17일 “대통령은 일반적인 사항을 장관에게 지시할 수 있지만, 개별 사건에 대해 수사를 지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부패를 척결하라는 식의 일반적인 지시는 가능하지만, 개별 사건에 대해서는 구체적 지시를 내리지 않는 게 수사의 독립성을 위한 대원칙이라는 것이다. 검찰의 경우도 대통령이 법무부 장관을 통해 검찰총장을 지휘할 수 있지만, 구체적인 사건 지시는 내릴 수 없다.

독립수사단 구성이 헌법과 법률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헌법 74조 2항에 ‘국군의 조직과 편성은 법률로 정한다’고 돼 있는데 법률과 하위 법령에도 근거가 없는 독립수사단을 설치하도록 한 것은 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부장판사 출신의 변호사는 “행정안전부가 만들어 놓은 직제가 있는데 그에 없는 조직을 만들려면 반드시 근거 조항이 있어야 한다”며 “이번 독립수사단이 근거를 갖추고 만들어졌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위수령·계엄 문건은 수사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송영무 장관의 판단을 청와대가 뒤집고 장관의 수사 지휘권을 배제한 것이 국방부 장관의 군정·군령권을 규정한 정부조직법, 검찰관 지휘·감독권이 명시된 군사법원법을 위반했다는 주장도 있다.

수사단이 법원에서 영장을 받아 압수수색으로 확보해야 할 자료를 문 대통령이 모두 제출하라고 한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판사 출신의 H 변호사는 “우리 법체계가 수사와 관련된 자료를 대통령이 먼저 보는 상황은 가정하지 않고 있다”며 “영장주의 취지에 위배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이에 대해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령과 국방부 훈령에 특별 조직인 독립수사단 구성이 가능하도록 돼 있다”며 “행정부 내부 자료는 행정부 수장인 대통령이 압수수색과 상관없이 볼 수 있으며 수사와 관계없이 행정적 차원에서 제도 개선점 등을 확인하기 위해 자료 제출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김병채·유민환 기자 haass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