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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김종호 논설위원 게재 일자 : 2018년 07월 18일(水)
機務司 문건과 ‘진실성 효과’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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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호 논설위원

‘반복하면 사실로 믿게 된다’
상징조작의 명수 괴벨스 생각
현대 심리학에서 입증된 이론

‘촛불’ ‘태극기’ 심상찮던 때
만일의 사태 전제한 검토 문건
‘내란 음모’ 낙인찍어선 안 돼


‘나에게 그 사람이 한 말을 한마디만 알려달라. 그러면 누구라도 범죄자로 만들 수 있다.’ ‘거짓말일수록 과감하게 과장하고, 여러 번 반복해서 말하라. 그러면 대중은 믿게 될 것이다.’ ‘메시지를 가장 단순하게 가공하고, 끝없이 반복하면 대중은 그 메시지를 진실로 믿게 된다.’ ‘메시지를 같은 방식으로 선전하고, 대중의 감정을 지속적으로 자극하라. 분노와 증오는 대중을 열광시키는 가장 강력한 원동력이다.’ 201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모의평가 사회 과목의 한 문항에 제시됐던 지문 4개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의 선전부 장관 파울 요제프 괴벨스가 남긴 말들이다.

대중 선동·세뇌에 악마적 재능을 보였던 ‘상징조작의 명수’ 괴벨스의 또 다른 대표적인 말은 “거짓말은 처음엔 부정되고, 그다음엔 의심받지만, 더 되풀이하면 결국 모든 사람이 믿게 된다”는 것이다. 그의 말을 가공한 것이라고도 하지만, 그의 말로 자주 인용된다. 중국 위나라 고사(故事)에서 유래한 사자성어(四字成語)로, ‘세 사람이 말을 맞추면 없는 호랑이도 만들어진다’는 뜻인 삼인성호(三人成虎)도 마찬가지다.

심리학자인 린 해셔 캐나다 토론토대 교수 등은 1977년 실험을 통해 ‘사람은 동일한 진술에 반복 노출될수록 점점 더 익숙해지고, 비록 그 진술이 거짓일지라도 진실인 것으로 받아들이게 된다’는 ‘진실성 효과(true effect)’ 이론을 입증하기도 했다. 거짓말만 그런 게 아니다. 선(善)과 악(惡), 정의와 불의, 도덕과 부도덕 등도 뒤바뀐 규정·주장을 반복하면, 많은 사람이 거꾸로 인식하게 마련이다. 이는 북한 김정은에 대한 칭찬 반복이 위험한 이유이기도 하다. 거듭 칭찬해온 문재인 대통령은 싱가포르를 국빈방문 중이던 지난 13일에도 “김 위원장은 이념 대결에서 벗어나 북한을 정상 국가로 발전시키고자 하는 의욕이 매우 높았다”고 또 추어올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김정은 친서에 ‘비핵화’는 단 한마디 언급조차 없었는데도 12일 “김정은은 매우 똑똑하고 멋진 인물” “훌륭한 협상가” 등 극찬을 이어갔다. 인권유린과 핵 도발 장본인의 실체를 가리는 ‘진실성 효과’를 키운 것과 다름없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이던 지난해 3월 국군기무사령부가 작성한 ‘전시 계엄 및 합수 업무 수행 방안’을 두고, ‘내란 음모’로 낙인(烙印)찍으며 계엄령 발동을 통한 친위 쿠데타를 획책했다는 식으로 계속 몰아가는 것도 ‘인식 굳히기’ 효과 겨냥을 의심할 만하다. 그런 프레임에 따른 ‘기무사 = 적폐’를 통해, 보수(保守) 정권 때는 기무사를 포함한 군(軍) 전반도 몹쓸 행태를 일삼은 집단이었고, 그 책임자들을 지금이라도 단죄해야 한다는 주장을 정당화·합리화하려는 것으로 비친다. 하지만 당시 촛불집회·태극기집회 측 모두 자신들 요구와 다른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오면 대규모 불복 시위를 벌이겠다고 예고한 심상찮은 상황이었다. 기무사(機務司)가 어느 쪽이든 청와대·헌재 등의 점령까지 시도하며 극심한 소요(騷擾) 사태나 폭동을 일으키는 경우를 전제로, 군 차원의 검토 문건을 만든 것은 당연하다. 한민구 전 국방부 장관은 문건을 공개회의에서 보고받았고, 오해 소지를 우려해 논의 종결을 지시했다고도 밝혔다. 송영무 현 국방부 장관도 지난 3월 16일 그 문건 보고를 받은 당시엔 수사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었다.

그런데도 여권에서 ‘국가 전복 시도로 간주’ 운운하는 배경은 달리 찾기 어렵다. 문 대통령이 인도를 국빈방문 중이던 지난 10일 독립된 특별수사단에 의한 수사를 지시한 것도, 수사단이 공식 활동을 시작한 16일 “기무사의 ‘계엄령 문건’과 관련해 국방부·기무사와 각 부대 사이에 오간 모든 문서와 보고를 즉시 제출하라”고 지시한 것도 합당한 조치로는 여겨지지 않는다. 그 결과가 어떨지는 지켜볼 일이지만, 이 사안 또한 ‘진실성 효과’의 함정에 빠뜨린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대남 선전 매체인 우리민족끼리는 15일 ‘산천초목도 격노할 치 떨리는 범죄 흉계’ ‘음모가 실행되었더라면 남조선 전역에서 끔찍한 유혈 참극이 빚어지고, 남녘 땅 전체가 아비규환의 생지옥으로 변했을 것’ 등의 표현으로 여권 주장에 맞장구쳤다. 군사 정보 수집과 보안·방첩 등이 본연의 업무인 기무사, 나아가 대한민국 군에 대한 국민 신뢰 붕괴와 무력화(無力化) 선동을 노골화한 것이다. 참으로 걱정스러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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