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석탄 운반 선박 부산 입항”…정부, 제재위반 알면서도 방치

VOA, 리치글로리호 행적 확인
올들어 평택·인천 등 드나들어

러시아산으로 둔갑한 북한산 석탄을 싣고 국내에 입항한 의혹을 받고 있는 선박이 불과 2주 전까지 한국을 드나들었던 것으로 19일 확인됐다. 정부 당국은 지난해 10월 해당 선박의 입항 전후로 북한 석탄 반입 사실을 인지했지만 억류·나포 등 적극적인 조치를 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해당 선박이 최근까지도 우리 해상을 자유롭게 항행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여, 한국 정부가 유엔 대북 제재 이행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선박의 실시간 위치정보를 보여주는 ‘마린트래픽’에 따르면 리치글로리호의 선박자동식별장치(AIS) 신호가 지난 4일 오전 11시 58분 부산항에서 포착됐다고 미국의소리(VOA)방송이 19일 보도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이 지난달 수정 제출한 연례보고서를 보면 리치글로리호는 지난해 10월 북한산 석탄을 싣고 경북 포항항에 입항했다. 이는 지난해 8월 북한산 석탄 수출을 전면 금지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결의안 2371호 위반에 해당한다. 정부 당국은 당시 리치글로리호가 북한산으로 의심되는 석탄을 포항항에 하역하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정부가 리치글로리호의 유엔 대북 제재 위반 가능성을 알고도 리치글로리호가 최근까지 한국 해역을 빈번히 드나드는 상황을 방치했다는 점이다. 마린트래픽에 따르면 북한산 석탄을 한국에 하역한 지 약 한 달 후인 지난해 11월 14일 리치글로리호는 한국 포항에 입항했다. 이틀 뒤인 11월 16일에는 묵호항에 정박했다. 열흘 뒤인 26일에는 울산항을 들르고, 12월 8일과 15일, 20일에 부산항에 입항 기록을 남겼다. 올해 들어서는 1월 1일 평택항, 1월 27일 부산항을 들러 2월 2일엔 평택을 거쳐 18일에는 인천에 정박 기록을 남겼다. 4~5월 부산, 평택, 인천 등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 리치글로리호는 지난 4일 부산에 입항 기록을 남긴 뒤 현재는 일본 해상을 항해 중이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