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오 “北 비핵화, 시간 걸릴 것”…‘빠른 타결’ 길을 잃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18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각료회의에 참석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AP 연합뉴스

트럼프 “시간제한 없다” 이어
국무부 “시간표 정한적 없다”
빠른 비핵화, 사실상 포기
“여전히 해야할 일 꽤 많아
몇주내 첫 유해 돌려받을것”

‘대북제재 지속’방침도 재확인
송환이후 협상 교착 가능성도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18일 북한 비핵화에 “도달하기까지 일정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면서 빠른 비핵화 포기를 사실상 선언했다. 국무부도 이날 “시간표를 정한 적이 없다”고 밝히면서 전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시간제한, 속도제한’ 없는 북핵 대응 방침을 재확인했다. 협상은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단기타결’을 외쳤던 트럼프 행정부의 북한 비핵화 정책이 사실상 길을 잃고 비틀거리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 주재로 열린 각료회의에서 “해야 할 많은 일이 있으며, 우리가 가야 하는 곳에 도달하려면 일정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또 폼페이오 장관은 “진전은 분명히 만들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꽤 해야 할 일이 많이 있다”면서 “하지만 북한을 위한 전략적 변화를 만들어내고 북한 주민들을 위한 더 밝은 미래를 만들 기회를 제공하는 데 있어 매우 희망적 지점에 있다”고 평가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오는 27일 정전협정 체결 65주년 전후에 예상되는 한국전쟁 참전 미군 전사자 유해 송환과 관련해서도 “다가오는 몇 주 안에(in the next couple weeks) 첫 번째 유해를 돌려받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헤더 나워트 국무부 대변인도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 비핵화에 대해 “우리는 시간표를 제시하지 않았다”면서 “해야 할 일은 많으며 대화는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북핵 협상에 “시간제한(time limit)도, 속도제한(speed limit)도 없다”고 밝힌 것을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동시에 지난 1일 ‘핵·미사일·생화학무기의 1년 내 해체’ 시간표를 내세웠던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는 배치되는 발언이다.

다만,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과의 대화·협상이 “기존 제재에 대한 지속적인 시행을 배경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트위터에서 “(비핵화) 절차의 끝에는 북한을 위한 커다란 혜택과 신나는 미래가 있을 것이며, 서두를 것이 없다. 제재는 계속된다!”고 밝히면서,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 조치 없이는 대북제재 완화·해제는 없다는 기존 입장도 재확인했다.

이에 따라 미·북 협상이 유해 송환 이후 당분간 교착 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북한이 강하게 원하고 있는 종전선언·제재 해제를 미국이 쉽게 수용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로서는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북한에 밀리는 모양새 연출을 원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당장 마이클 매쿨(공화·텍사스) 하원 국토안보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미국기업연구소(AEI) 세미나에서 “북한이 핵·미사일을 폐기하지 않는 한 현 단계에서는 북한에 대한 군사적·경제적 압박을 유지해야 하며 군사적 옵션도 늘 테이블 위에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남북관계가 진전되면서 한국 정부의 대북제재 완화 요청이 늘어나게 되면 한·미 간에 ‘불편한 동거’ 모양새가 펼쳐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워싱턴 = 신보영 특파원 boyoung2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