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미·중 무역 갈등 明暗과 올바른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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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원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 경제통상연구부장

미국과 중국 간 무역 갈등이 점입가경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 6월에 340억 달러의 중국산 품목에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최근 2000억 달러의 중국 제품에 10% 관세를 추가로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연간 대중(對中) 수입 금액의 40%에 이르는 규모다.

미국이 실제 관세를 부과하는 9월까지 약 2개월의 시간이 있는 만큼 중국은 대미 보복 조치를 당분간 유보하면서 대응책 마련에 부심할 것이다. 중국은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 할 것이나, 실패할 경우 미국 국채 매각, 희토류 공급 중단 등 반격 수단을 동원, 대응할 것이다.

미국은 중국 제품을 소비하는 최대 시장이므로 미·중 무역 갈등에서 우월한 입지에 있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중국도 1조 달러 이상의 미국 국채를 보유하고 있고, 반도체 제작 필수 품목인 비소 등 희토류 공급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어 강력한 대응 수단을 갖고 있다. 중국 경제 성장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무시할 만한 수준이어서, 미국의 관세 부과 조치가 중국 경제 성장에 타격을 주기 어렵다는 점도 관세 부과 정책의 한계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유무역과 세계화가 미국민의 복리후생을 증진시키고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기존 가설을 인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생산 공장이 해외로 유출돼 미국인들이 직장을 잃고 고용과 임금이 개선되지 못한다는 정치적 판단을 하고 있다.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은 지난 6월 투자 포럼에서 미국 무역 적자의 두 가지 원인을 지적했는데, 하나는 중국이라는 지정학적 요인이며, 다음은 자동차 문제라고 주장했다. 로스 장관은 이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무역 적자 문제 해결은 어려울 것이라고 언급했다. 세계 자동차 산업의 경우, 이미 자동화와 세계화가 돌이킬 수 없는 규모로 진행되고 있다. 현재 중국 기업들은 미국 미시간 소재 자동차 부품 공장들을 인수해 미국인 1만 명을 고용하고 있으며, 미국 제너럴모터스 자동차회사는 미국보다 중국에서 더 많은 자동차를 판매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규모 무역 수지 적자 주장은 과장된 측면이 있다. 2017년 기준으로 미국이 전 세계 국가들로부터 서비스 분야에서 벌어들이는 돈은 2550억 달러 규모다. 서비스 분야에서 발생하는 흑자 부분을 반영하면 미국의 무역 수지 적자 규모는 줄어들 것이다.

미·중 무역 분쟁으로 중국이 시장 개방 속도를 높이는 등 시장의 투명성이 강화되면 한국 경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한국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국산 중간재 수출의 상당 규모가 중국을 거쳐 미국으로 가는, 긴밀히 연관된 공급 체인 무역 구조 때문이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은 상품 시장에만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다. 지난해 상반기 대비 올 상반기 중국의 대미 투자는 90% 줄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은 금융시장의 불안을 야기할 수 있으며, 투자자들은 이머징 마켓에서 자금을 뺄 수 있다. 중국 제품 관세 부과로 미국의 물가가 오르면 미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질 수 있는 점도 위험 요인이다.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 갈등은 양국 관계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향후 미·중 양국이 타협안을 도출해 낼 수 있겠지만, 우리로서는 협상 결과가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주시해야 한다. 한국의 대응은 종합적이고 전략적이어야 한다. 민·관이 협력해 효과적 대응책과 선제적 대응을 하는 것이 긴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