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미국은 다시 對北 제재 고삐…한국은 ‘제재 無力化’ 앞장

6·12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이후 북한에 대한 신뢰를 강조하던 미국이 다시 대북(對北) 제재의 고삐를 죄기 시작했다. 국무부 대변인실은 19일 “유엔 제재를 위반해 북한 정권을 계속 지원하는 주체에 대해 독자적 행동을 취하기를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과 러시아가 대북 제재 완화를 요구하는 데다, 북·중 접경에서는 다시 밀무역이 성행하는 등 실제로 ‘유엔 제재의 무력화(無力化)’가 진행 중이라는 증거와 정황이 잇달아 공개되고 있다. 최근에도 북한 석탄이 러시아산으로 국적 세탁된 뒤 한국에 유입되고, 북한이 중국과 러시아를 통해 해상 환적 수법으로 석유 제품을 밀수한 사례들도 적발됐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북한 반발을 감수하더라도 더 이상 제재가 흐지부지 되는 것을 방치하지 않을 것임을 경고하고 나선 것이다.

이런 기류 변화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7일 “북한 비핵화에 시간제한도, 속도제한도 없다”고 밝힌 연장선상에 있다. 속전속결을 포기하고 장기전에 대비하면서 다시 제재 강화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댄 코츠 국가정보국(DNI) 국장도 19일 “북한의 1년 내 비핵화는 아마도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또 중국과 러시아가 대북 유류 공급 상한을 이미 넘겼다고 보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 제재위원회를 통해 중국과 러시아에 추가 정제유 판매 금지를 요청했다고 한다. 지난 6∼7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방북 때 합의했던 비핵화 실무팀 구성이 북한 비협조로 무산 위기에 놓였다는 얘기도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문재인 정부의 분위기는 딴판이다. 북한 석탄 유입 정황을 파악하고도 조사 시늉만 했고, 북한 석탄 밀매 의심 선박들이 인천 등 주요 항구를 휘젓고 다녀도 검색·억류 등 제재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 평창동계올림픽과 남북 교류를 이유로 ‘유엔 제재 예외’ 인정을 요청해 받아낸 것만 7건이다. 평균 한 달에 한 건꼴로, 제재 무력화에 앞장서는 셈이다. 철도·도로·산림 협력이 실행되고, ‘가을 정상회담’까지 추진되면 또 얼마나 제재 유예 조치가 이뤄질지 알 수 없다. 비핵화를 위한 유일한 지렛대가 ‘제재’인데, 이를 허무는 것은 북핵 폐기를 방해하는 일과 다름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