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커지는 ‘終戰선언 간극’… 北 “수수방관 말라”

韓, 대북제재 예외인정 美 설득
美 “先비핵화조치 필요”재확인
北은 對南 선전매체 통해 압박

남·북·미가 북한 체제 안전보장의 출발점인 한국전쟁 종전선언 채택을 놓고 상당한 이견을 보이면서 북한 비핵화 협상이 교착 상태로 빠지고 있다.

북한은 23일 대남 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 등을 통해 “미국이 최근 입장을 바꿔 종전선언을 거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민족끼리는 ‘종전선언 문제, 결코 수수방관해서는 안 된다’는 제목의 글에서 “조선반도(한반도)에서 비정상적인 현재의 정전상태를 종식시키고 확고한 평화체제를 수립하는 것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역사적 과제로, 판문점 선언의 조항을 이행해야 할 의무를 지니고 있는 남조선 당국도 결코 수수방관해서는 안 된다”고 촉구했다.

북한의 이 같은 입장은 지난 6∼7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제3차 방북에서 미·북이 비핵화 조치와 종전선언을 놓고 이견을 보였다는 점을 재확인하는 동시에, 북한의 방점이 종전선언에 찍혀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북한이 문재인 정부의 책임론을 언급하면서 지난 20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 21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잇따른 방미도 이 문제 협의 차원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문재인 정부는 이르면 9월 유엔총회를 계기해 종전선언을 채택하거나, 수위를 낮추더라도 ‘판문점 선언’에서 명시한 대로 올해 안 남·북·미 종전선언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선(先) 비핵화 조치, 후(後) 종전선언 및 제재 완화 입장이 확고하다. 트럼프 행정부가 강 장관·정 실장과의 협의에서도 이 같은 입장을 재확인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 한·미의 대북정책 공조에서 틈이 벌어지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문재인 정부가 종전선언을 서두를 뿐 아니라 대북제재 문제에서도 일부 완화를 주장하면서 트럼프 행정부와 간극이 생기고 있다는 것. 강 장관이 이날 “남북 사업에 필요한 대북 제재 예외”를 언급한 것이 대표적이다. 정 실장도 21일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면담에서 종전선언과 대북제재 예외 인정 필요성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운 린지 그레이엄(공화·사우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도 이날 CBS 방송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놀아나고 있다”면서 한·미 연합군사훈련 재개 등을 주문했다.

워싱턴=신보영 특파원 boyoung22@
유민환 기자 yoogiz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