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톡>인랑, 몰입감은 간 데 없고 총기액션만 강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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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시장을 겨냥한 한국영화 대작 중 가장 먼저 공개된 김지운 감독의 ‘인랑’(사진)은 원작인 일본 동명 애니메이션의 느낌을 최대한 살리며 한국적 정서에 맞는 새로운 이야기를 덧씌웠다. ‘공각기동대’를 연출한 오시이 마모루(押井守) 감독이 각본을 쓴 애니메이션은 2차 세계대전에서 패전한 후 무장세력이 판치는 1960년대 일본 사회를 배경으로, 권력 조직의 암투 속에서 희생되는 남녀의 이야기를 그렸다. 영화도 원작의 틀은 그대로 가져왔지만 시대 배경을 남북한이 통일 준비를 진행하는 2029년으로 바꿨다. 하지만 주된 배경을 바꾼 이유가 선명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영화 도입부에 남북한의 통일을 막으려는 반통일단체의 테러가 기승을 부리고, 이를 막기 위해 창설된 새로운 경찰조직 특기대의 활동과 특기대와 공안부의 권력다툼에 대한 설명이 내레이션으로 나온다. 이후 특기대 최정예 요원 임중경(강동원)이 폭탄을 운반하다 자폭한 섹트 소속 소녀의 언니 이윤희(한효주)를 만나 감정이 싹트고, 두 사람이 음모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가 애잔하게 펼쳐진다. 강동원과 한효주가 영화를 이끌며 정우성(특기대 훈련소장), 김무열(공안부 차장), 최민호(특기대 대원), 한예리(섹트 조직원) 등이 주요 배역으로 등장한다.

화려한 총기 액션이 생동감 있는 효과음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또 암울한 분위기가 김 감독 특유의 스타일리시한 연출로 잘 표현됐다. 하지만 이게 다다. 임중경과 이윤희가 공안부의 음모에 빠지는 과정이 이해가 안 되며 두 사람이 첫눈에 느낀 감정도 전혀 와 닿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138분 동안 진지하게 전개되는 영화 속으로 빠져들지 못하고, 힘을 주는 부분에서는 실소가 터진다.

출연 배우 모두 캐릭터의 맛을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영화의 만듦새에 묻혀 빛을 발하지 못한다. 25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