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인터뷰>최 명예교수는… 민주주의 연구 평생 천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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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촛불시위 맞아선 ‘양손잡이 민주화’ 論 주장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는 우리 시대 가장 주목받는 민주주의 사상가다.

그가 평생 천착해 온 화두는 민주주의와 정당정치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어떤 민주주의’를 추구해야 하는지에 대한 최 명예교수의 성찰은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2002년, 후마니타스)에 집약돼 있다. 그는 이 책에서 1987년 민주화 이후 한국사회에 대해 “질적으로 나빠졌다”고 평가하고 그 원인으로 한국 민주주의가 사회적 요구와 변화를 반영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 출간한 ‘민주주의의 민주화’(2006년, 후마니타스)는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거치면서도 왜 한국 민주주의는 위기에 봉착해 있는지에 대해 성찰한다. 최 명예교수는 당시 ‘386’으로 불리는 민주세력에 대해 “논쟁의 초점이 언제나 이데올로기 수준에 머물러 있고, 급진적 정서를 불러일으키는 것으로 자신의 책임을 다하는 듯 해왔다”고 비판했다.

최 명예교수가 우리 사회에 던진 또 다른 화두는 ‘진보적 자유주의’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당시 신자유주의 극성기를 지나면서 양극화가 한국 사회 최대 문제로 떠올랐는데, 이를 어떻게 다루고 해결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담겨있다. 무한경쟁이 강조되는 신자유주의와 달리, 진보적 자유주의는 ‘평등과 관용’이라는 진보의 가치를 담고 있다. 따라서 그는 국가와 결탁한 권위주의적 발전모델에서 벗어나 사회경제적 이익을 공유하는 결사체의 역할을 중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른바 ‘국가주의에 대해 견제와 제한’이다.

2016년 촛불시위를 맞아서는 ‘양손잡이 민주화’라는 표현으로 한국 정치 상황과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 최 명예교수는 저서 ‘양손잡이 민주화’(2017년, 후마니타스)에서 지금의 ‘민주와 반민주’의 대립 축에는 타협과 협력이라는 정치의 본질적 측면이 개입할 여지가 없었으므로, 보수파의 합류는 민주주의 발전에 결정적으로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다만 최 명예교수는 촛불시위와 관련해 시민의 민주주의에 대한 열정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광장에서 운동의 정치를 확대하는 직접 민주주의 추구는 커다란 방향 착오”라고 말한다.

최 명예교수는 강원 강릉 출신으로 고려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1983년 미국 시카고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해 가을부터 모교 고려대에서 25년간 강의했다.

1998년에는 대통령 자문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최장집 사상검증’을 계기로 대중에 알려졌는데, 대통령 자문 정책기획위원장이었던 1998년 ‘월간조선’이 그가 2년 전 출간한 한국전쟁 관련 논문의 표현을 문제 삼아 대북관을 공격하면서 월간조선과 소송전을 벌였다. 양측은 1999년 월간조선에 최 명예교수의 반론문과 논문을 게재하기로 합의했으며, 이에 최 명예교수는 월간조선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과 반론보도 청구소송을 취하했다.

△1943년 강릉 출생 △고려대 정치외교학과·시카고대 정치학 박사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1983∼2008년) △고려대 명예교수(2008년) △대통령 자문 정책기획위원장(1998∼1999년)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소장(2000∼2008년)

김윤희 기자 wor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