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 교수의 古典名句>羞惡之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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羞惡之心義之端也(수오지심 의지단야)

부끄러워하고 미워하는 마음은 의로움의 실마리다.

‘맹자’의 공손추(公孫丑) 편 사단설(四端說)에 나오는 구절이다. 주희는 ‘수’는 자신이 착하지 못함을 부끄러워하는 것이고 ‘오’는 남이 착하지 못함을 미워하는 것이라고 주석했다. 맹자는 인간이면 누구나 측은지심(惻隱之心), 수오지심(羞惡之心), 사양지심(辭讓之心), 시비지심(是非之心)이 있다며, 각각 인(仁), 의(義), 예(禮), 지(智)의 실마리라고 명명했다. 그는 인간의 마음에 사단이 있는 것은 인간의 몸에 사지가 있는 것과 같다며 인간의 본성은 원래 선하다는 성선설을 제창했다.

주희는 맹자의 사단설에 자신의 이기성정(理氣性情) 학설을 더해 인의예지의 도덕은 하늘이 모든 인간에게 고루 부여한 본성이니 이(理)에 속하고, 희로애구애오욕(喜怒哀懼愛惡欲) 등의 감정은 기질에서 나온 것이니 기(氣)에 속한다고 주장했다. 사단칠정(四端七情) 학설은 조선의 성리학자들에 의해 더욱 정교하게 다듬어졌다. 사단이 정말 인간의 본성인지에 대해선 여러 주장이 나올 수 있지만, 이것이 우리 사회에 중요한 덕목이란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최근 평생을 약자 편에 서서 사회 정의를 외쳤던 한 정치인이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것에 대한 자책감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해 많은 국민에게 충격과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그보다 훨씬 많은 뇌물이나 정치자금을 받은 사람들도 후안무치로 버티는데 단 한 번의 잘못 때문에 목숨을 버린 것은 그의 수오지심의 기준이 너무 엄격했기 때문이라 여겨진다. 그의 선택에 대해서는 안타까움을 금할 길이 없지만, 남의 잘못에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면서 자신의 잘못에는 부끄러움을 모르는 뻔뻔스러운 정치인들에게는 경종을 울리는 일이라 생각한다.

상명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