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탈원전用 ‘예측 造作’ 의혹 뒷받침하는 電力전망 수정

한 나라의 전력(電力)수요 골격을 몇 달이 안 가 고치고, 또 고치는 기막힌 일이 벌어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9일 하계 전력수급대책을 재점검하겠다고 밝혔다. 민간 전문가와 기상청 등 관계기관이 참여하는 회의를 열어 최대전력수요 예측치를 수정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 5일 올여름 최대전력수요를 8830만㎾로 고쳐잡았다. 지난해 12월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예상한 8750만㎾에서 80만㎾ 높인 것으로, 피크 타임인 8월 2·3주를 염두에 둔 수치였다. 그러나 지난주 23∼27일 이미 매일 9000만㎾를 넘었고, 24일엔 역대 최고인 9248만㎾까지 치솟았다. 원래 전망보다는 498만㎾, 수정치보다도 418만㎾ 어긋난 예측 대실패다. 전력거래소의 당일 예측치를 봐도 24일엔 9070만㎾로 실제보다 178만㎾나 모자라게 봤다가, 이에 놀라 25일엔 9300만㎾로 높였으나 실 사용량은 9040만㎾에 불과했다. 하루 단위 전력예보조차 널뛰기하니 믿기 어렵다.

정부는 올여름 기온이 기상청 예상보다 높은 폭염 탓으로 돌린다. 전력수요 예측에서 기상 상황은 최우선 요인이고, 이상고온은 전 지구적 현상이란 점에서 무책임하다. 엉터리 예측으로 망신살이 뻗치게 된 근원에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나온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있다. 이때 예상한 올여름 최대전력수요 8750만㎾는 2015년 7차 때의 9376만㎾, 2013년 6차 때의 9469만㎾에 비해 700만㎾ 이상까지 낮춰 잡은 것이다. 원전 5기 정도에 해당하는 전력이다. 4차 산업혁명기에 들어서고 전기차가 대중화하면 전기 사용량이 늘어나는 건 상식이다. 또 대정전 같은 불의의 사태를 예방하려면 예비전력은 넉넉히 가져가는 게 에너지 안보를 위해 필요하다. 그런데도 대폭 낮췄으니, 탈원전에 꿰맞추기 위한 ‘예측 조작(造作)’ 의혹이 제기돼온 것이다. 6·7차 기본계획 수준을 유지했더라면 이런 혼란은 없었다.

제대로 된 전망치를 억지로 내리더니, 1년도 못돼 되돌리는 식의 잇단 수정은 오류를 자인하는 셈이다. 탈원전의 정당성을 허무는 또 하나의 근거도 된다. 이런 황당한 상황에 대해 정책 감사로 검증하고, 책임도 물어야 한다. 땜질 수정을 넘어 전력수급 플랜을 전면 재정비해야 함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