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色 강화된 대법원… “사법不信 회복” 한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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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임 대법관 3명 취임식

“국민들 의심의 눈으로 주시
現위기 변화의 계기 삼아야”

법조계는 코드인사 비판
“주류교체로 혼란 더 커질 것”

2일 취임한 김선수(사법연수원 17기)·이동원(17기)·노정희(19기) 대법관이 공통으로 언급한 키워드는 신뢰다. 대법원 법원행정처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고강도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사법부가 안팎에서 불신에 시달리는 현 정국을 의식한 취임 일성이다. 법조계에서는 “사법부 주류가 보수에서 진보로 급격히 교체되는 상황에서 신뢰 회복이 가능할지 의문”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신임 대법관 3인, “사법 불신 회복” 한목소리 = 이날 정통 판사로 대법관 자리에 오른 이동원 대법관은 최근 일각에서 계속 제기되고 있는 재판거래 의혹에 대해 “우리 사법부는 지금 국민으로부터 어느 때보다 극심한 불신을 받고 있다”면서 “27년 동안 사법부의 일원으로 살아온 저 또한 그 무거운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잘 알고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국민은 재판이 공정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의심 가득한 눈으로 우리를 바라보고 있다”면서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일해 온 우리 법관들의 마음속에는 억울함과 섭섭함이 자리 잡고 있을 것이지만, 그런 마음은 잠시 내려놓고 현재의 위기를 변화의 힘으로 바꾸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법관은 지난달 25일 인사청문회에서 2016년 서울고법 부장판사 근무 당시 내린 통합진보당 의원 지위 확인소송 판결에 대해 재판거래 의혹이 제기되자 “법과 양심에 따라 국민 앞에 한치의 부끄러움이 없다”며 “재판거래는 없었다”고 일축한 바 있다. 재야 변호사 출신인 김선수 대법관도 “소위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로 법원이 어려운 시기에 있는 바, 국민의 관점에서 접근함으로써 사법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기를 바란다”며 신뢰 회복을 강조했다.

김명수 대법원장과 같은 우리법연구회 출신인 노정희 대법관은 “지금 이 시간에도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묵묵히 업무에 전념하고 계신 법원 구성원 여러분께도 존경과 사랑의 마음을 전한다”고, 진퇴양난에 빠진 사법부를 간접적으로 언급했다.

◇진보 코드 대법관 임명… 文 정권 내 13명까지 가능 = 법조계 안팎에서는 그러나 “사법부 헤게모니가 이념적으로 급변하는 모양새”라면서 “사법부 최고 권력층인 대법관을 진보 일색으로 바꾼다고 해서 사법신뢰가 회복되는 것은 아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지방법원의 한 판사는 “최근 사법부가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입맛에 맞는 판결을 내놓고 이를 청와대와의 거래용으로 쓰려 했다는 비판과 불신을 받고 있지만, 판사들 대부분은 ‘보수정권에서 임명된 대법관들이 보수적인 판결을 내리는 건 당연히 예상 가능한 일 아니냐’고 반문한다”면서 “앞으로 교체될 대법관들의 판결이 진보적으로 바뀌면 분명 ‘진보정권 입맛에 맞는 판결’이라는 비판이 따를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대법관 3명이 취임하면서 지난해 9월 취임한 김명수 대법원장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대법원 구성원 14명 중 8명이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인사들로 채워졌다. 문 대통령은 조만간 이뤄질 김소영 대법관 후임을 포함해 재임기간에 5명의 대법관을 더 임명하게 돼, 문 대통령이 임명한 대법관 총 13명(대법원장 포함)이 대법원에 자리 잡게 된다. 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작금의 사법불신 사태로 인해 사법 주류 교체의 정당성이 확보된 상황”이라면서 “이념적으로 급변한 판결들이 쏟아지면 혼란과 불신이 더 가중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리안 기자 knr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