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민 11% 청약 ‘로또 아파트’… 유공자·장애인 특별분양은 미달

‘계약금 마련못해’ 청약 포기
일반 분양선 500대1 넘기도

경기 침체 속에 대전의 한 공공아파트 분양에 대전시 인구의 11%가 참여하는 청약 광풍이 일었다. 일부 타입(평형)에서는 500대 1이 넘는 경쟁률로 부동산 투기까지 우려되고 있지만,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특별분양은 오히려 미달 사태를 빚어 양극화를 나타냈다.

2일 대전도시공사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마감한 갑천 3블록 트리풀시티(1762가구) 청약이 최고 경쟁률 537대 1, 총 청약 접수자 16만7107명이라는 역대급 기록을 세우며 마감했다.

대전시 인구(149만5000여 명)를 감안하면 시민 10명당 1명이 넘게 청약에 참여한 셈이다. 97㎡ A타입의 경우 537대 1로 최고경쟁률을 보였고, 642가구가 공급되는 일반분양에는 15만4931명이 청약했다.

이 같은 청약 광풍의 원인에 대해 전문가들은 시민단체들의 사업 반대로 2년여 정도 분양이 지연되면서 실수요자가 아닌 투기세력이 가세했고, 최대 2억 원으로 예상하는 분양 프리미엄과 호수공원이 인접해 있는 등 좋은 주거환경이 호재로 작용했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반면 사회적 약자 계층을 위한 일부 특별분양은 미달 사태를 빚어 씁쓸한 뒷맛을 남기고 있다. 1120가구가 배정된 특별공급 물량 중 다자녀, 노부모 부양 등은 대체로 10대 1이 넘는 경쟁률을 보이며 마감됐으나, 장애인·국가유공자를 대상으로 한 기관추천 분양(185가구)은 0.9대 1에 그쳐 500대 1이 넘었던 일반분양과는 반대 양상을 보였다.

경제적 형편이 어려운 이들의 경우 3.3㎡당 1119만 원대의 분양가가 부담스럽고, 3700여 만 원에 달하는 계약금 마련도 쉽지 않아 스스로 청약기회를 포기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부동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시민들의 주거 안정을 위해 공급되는 공공분양에 대거 투기세력이 유입돼 불법 전매와 인접 아파트 가격 상승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대전 = 김창희 기자 ch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