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인터뷰>한국 경제 ‘나락’에 빠져들까봐… 정부에 쓴소리 시작한 ‘평생 경제학자’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조장옥 서강대 명예교수가 서강대 남덕우경제관 로비에 서서 한국 경제의 현주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선규 기자

조 명예교수는…

3大 경제관련 학회장 역임
‘분배-성장’관련 책 집필중

조장옥 서강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지난 30년 동안 경기 변동과 경제성장, 금융, 노동 등을 연구 분야로 삼아 온 원로 거시 경제학자다.

약력을 보면 한국경제학회·한국금융학회·한국계량경제학회 등 3대 경제 관련 학회장을 역임했지만, 관가에는 전혀 이름을 걸어 놓은 적이 없다.

조 교수 본인 자신도 “관가에 나가 본 적이 없다”고 할 정도로 평생 한우물을 판 전형적인 학자다.

경제학자로 살면서 가장 기억에 남거나 보람찬 일을 물어도 돌아오는 대답은 “원하는 책 맘껏 읽고, 하고 싶은 얘기 맘껏 쓰고, 제자들 키우는 재미로 산 것”이다. 1988년과 1990년 미국 로체스터대 경제학 석·박사를 각각 받고 캐나다 퀸즈대·홍콩 과학기술대를 거쳐 서강대 경제연구소장과 경제학부장을 지냈으며 지금은 2017년 9월부터 명예교수로 있다.

그 자신이 서강대 경제학과 학사와 석사를 마치고, 1994년부터 모교에서 교수직을 맡아 와 ‘서강학파’로 불릴 법도 하지만 손사래를 치는 이유다. 그는 “잘 정의된 것은 아니지만 (서강학파라고 하면) 관계에 나가서 고도 경제 성장에 이바지해 온 분들을 일컫는데, 관가에 나간 적이 없어 여기에 속하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평생 학자로 살아온 그가 최근 들어 각종 공식 석상에서 현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에 대해 쓴소리를 하기 시작한 이유는 단 하나다. 현 정부 초기에 경제 정책 방향을 바로잡도록 고언을 아끼지 않으면 한국 경제가 오랫동안 회복하기 힘든 ‘나락’에 빠져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제는 모든 직을 내려놓고 자유로워진 자신이 해 줄 수 있는 역할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주력산업 대부분이 중국의 강력한 도전에 위협받는 속에서 경제 정책의 실기를 1분, 1초라도 지켜만 볼 수 없다는 생각에 급기야 펜을 잡았다. 어느 해보다 뜨거운 올여름 한철을 칩거하면서 ‘소득 분배와 경제 성장’을 주제로 한 책을 쓰는 데 보내고 있다. 경기 변동과 경제 성장을 한 평생 연구해온 학자로서 성장에 관한 담론이 잘못돼 가고 있는 현 시국과 정면으로 겨뤄 보겠다는 일종의 ‘출사표’다. 우리처럼 가진 게 없는 나라에서는 경제 성장을 꾸준히 해야 하고, 그런 현실을 늘 직시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다.

조 교수는 평생 해 온 거시경제의 의미에 관해 묻자 자신의 낡은 사진 한 장에 관한 얘기로 대신했다.

“1952년생으로, 전라도에서 태어났다. 할아버지, 고모, 누이하고 함께 찍은 사진이 있는데, 지금 보면 완전히 아프리카 콩고 사진이다. 아버지가 서울로 올라오시고 노량진 산꼭대기에서 살았는데, 서울의 불빛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우리 1970년대 데이터를 보면, 수출을 제일 많이 한 게 섬유다. 그다음이 가발과 눈썹이다. 엄마, 누이들이 머리카락을 팔았다. 처음에 우리는 우습게 시작했다. 돈이 없으니, 국수 불려서 나눠 먹고. 지금 선진국이라 그러지만, 최빈국 시절을 겪은 것이다. 윗세대가 훨씬 고생했지만, 나라를 잘되게 해야 한다.”

조 교수의 책상 뒤에는 젊은 시절 여성 사진작가로 활발하게 활동한 아내 신옥 씨의 제주 아열대 수목원 사진이 한 장 붙어 있다. 사진 한복판에는 ‘커다란 외눈박이’ 무늬의 나무 몸통이 마치 정면을 응시하는 것처럼 서 있다. 아내가 찍은 사진 중 유독 이 사진을 골라서 등 뒤에 붙여 놓은 이유는 처음 강단에 섰을 때 원로 교수님이 해주신 얘기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사무실에 앉아 일할 때는 누군가 뒤에서 쳐다보고 있다는 생각으로 일해야 실수를 하지 않는다는 당부였다. 당시 교내에 안 좋은 사건이 발생했을 때 해주신 당부인데, 사진을 붙여 놓으면 누군가 등 뒤에서 지켜보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한평생 연구해 온) 경기변동과 경제성장이나, 도대체 무엇이 인간의 행복을 결정하는지 등 이런 문제들, 쓰고 싶은 게 너무 많다.”

지금은 경북 경주시에 머물고 있다. 은퇴 후에 살려고 6년 전 이곳 공예단지에 집을 샀다. 앞으로 여생은 이곳에서 쓰고 싶은 책들을 집필하면서 보낼 생각이다.

그는 후배 경제학자들에게는 “실력이 될 때 한 번씩 가는 것은 상관없겠지만, 관가에 기웃거리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면서 “젊은 시절부터 체계적으로 사회공헌에 신경 쓰고, 경제학은 응용 학문이고 잘 적용될 때 좋은 것인 만큼 사회 발전을 위해 사회 참여에 관심을 기울였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1952년생 △서강대 경제학과 졸업 △미국 로체스터대 경제학 석사·박사 △홍콩 과학기술대 교수 △서강대 경제학부장 △한국계량경제학회장 △한국금융학회장 △한국경제학회장 △서강대 명예교수

이관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