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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이도운 논설위원 게재 일자 : 2018년 08월 03일(金)
김정은 不信해야 北核 해법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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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운 논설위원

북핵 협상 7개월, 결국 원점으로
남·북·미 분주해도 실속 없어
北 핵·미사일 폐기 조치 안 나와

워싱턴 강경파 목소리 커지고
文 정부, 석탄 수입으로 곤경에
남북 관계도 현실적 한계 봉착


남북 정상회담이 열린 지 100일, 미·북 정상회담이 개최된 지 50일가량 지났다. 남·북·미 3자 관계를 점검해볼 시점이다. 분주하기는 했다. 그러나 실속은 없어 보인다. 가장 중요한 북한 핵·미사일 폐기에 진전이 거의 없다. 물론 달라진 것도 있다. 북한은 ‘사실상 핵보유국’에 더 가까워졌다. 미·북 관계는 위험해져 가고, 한·미 관계는 불편해졌고, 남북 관계는 한계에 부딪혔다.

첫째, 위험해지는 미·북 관계.

북한은 최근 워싱턴의 대표적 지북(知北) 인사를 평양으로 초청했다. 개인이 아니라 팀을 짜서 오라고 요청했다. 김정은-트럼프 회담 결과를 워싱턴이 왜 이행하지 않는지, 속 시원하게 설명 좀 해달라는 것이다. 6·12 합의를 완벽한 승리로 착각한 김정은은 도널드 트럼프와의 후속 소통 과정에서 ‘무례한’ 언사로 미 정부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미·북 관계는 트럼프와 김정은의 관계가 아니다. 두 사람의 정치적 주고받기를 미 정부와 의회는 그다지 존중하지 않는다. 트럼프가 헬싱키 미·러 정상회담을 엉망으로 만들면서 앞선 싱가포르 합의까지 크게 흔들리고 있다. 트럼프의 외교·안보 분야 지도력은 크게 손상됐다. 미 주류의 목소리는 트럼프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아니라 존 볼턴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대변한다. 그들이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비핵화에 필요하면 군사 옵션을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과 핵을 ‘분리’하자는 논의가 다시 나오고 있다.

둘째, 불편해진 한·미 관계.

6월 중순, 정부 고위 관계자가 워싱턴을 방문해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대북 제재 완화를 요청했다는 관측이 나오기 시작했다. 미 정부는 독특한 방식으로 대응했다. ‘미국의 소리(VOA)’가 지난달 17일부터 한국 ‘업체’가 러시아산으로 위장한 북한 석탄을 수입했고, 문재인 정부가 알고도 묵인한 것 같다는 충격적인 내용을 연달아 보도한 것. 정의용 안보실장·강경화 외교장관·서훈 국가정보원장이 워싱턴으로 날아갔다. 북한 석탄 수입도 제재 면제 대상으로 해달라고 요청했을 가능성이 있다. 미국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2009년, 중국 경유 파나마 선박이 북한 화학무기 관련 물품을 싣고 부산항에 들어오자 한국 정부가 모조리 압수해 불태웠던 것을 미 정부는 잘 알고 있다. 미국이 이 사건을 덮고 가게 하려면, 문 정부는 큰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미 정부는 문 정부가 왜 종전선언에 집착하는지를 궁금해한다. 워싱턴의 한반도 전문가가 한국 고위 인사에게 이유를 물었다. 고위 인사는 “우리가 북한에 해줄 수 있는 게 그것밖에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한국은 북한이 해달라면 다 해줘야 하는지를 미국은 묻고 싶어 한다.

셋째, 한계에 부딪힌 남북 관계.

통일부는 지난주 개성공단 기업인들의 방북 신청 승인을 유보했다고 밝혔다. 북한은 노골적으로 절망감을 드러내고 있다. 노동신문은 지난달 31일 “청와대 주인은 바뀌었지만, 개성공단 폐쇄나 금강산 관광 중단 수습책은 엄두조차 못 내고 있다”면서 “마음에도 없는 관계 개선 타령 늘어놓지 말고 동맹 강화에 힘을 넣으며 생겨먹은 대로 살아가라”고 했다. 같은 날 문 정부는 묘한 여론조사 결과 하나를 발표했다. 북한 비핵화(63.8%)가 평화협정 체결(38.0%), 남북경제협력(31.6%)보다 중요하다는 내용이었다. 정부를 대변하는 문화체육관광부가 문 정권의 기대와는 ‘괴리’가 있는 듯한 자료를, 그것도 조사한 지 한 달이나 지난 시점에 굳이 발표한 이유가 궁금하다. 문 정부도 김정은이 중요시하는 북 정권수립일을 앞두고 큰 선물을 주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마음대로 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1월 1일, 김정은 신년사로 시작됐던 한반도 정세 변화 시도가 7개월 만에 동력을 잃고, 원점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이유는 많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것이라는 문 정부의 선제적이고 ‘자의적인’ 해석이다. 김정은의 의도를 불신해야 현실적인 해법이 나온다. 김정은은 최소한 9월까지, 트럼프는 중간선거가 있는 11월까지 ‘협상 쇼’를 이어가야 한다. 남북 정상회담이 다시 열릴 수도 있고, 남·북·미 사이에 수많은 후속 접촉이 이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한반도 정세에 큰 변화를 가져오긴 어렵게 됐다. 3자 모두 상대를 믿지 못할 파트너로 생각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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