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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김종호 논설위원 게재 일자 : 2018년 08월 06일(月)
‘소수 공론’ 의존하는 非상식 國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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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호 논설위원

대입 방안 ‘판단 못 한다’ 결론
그러고도 ‘시민 지혜’를 극찬
공론화 코미디 자초한 교육부

安保 사안까지 그런 식의 접근
국제觀艦式 동네투표로 결정
신념·능력 의심받는 文정부


하나 마나 한 말을 두고, 흔히 ‘목포는 항구다’ ‘밥 먹으면 배부르다’ 등의 표현에 빗댄다. 누구나 상식으로 알고 있는 사실이어서 새삼스러운 조사나 검증뿐 아니라 말로도 지적할 필요가 없는데도, 마치 새로운 의미라도 발견한 것처럼 말하는 경우다. 대개는 무지·무능의 소치이거나, 숨은 의도가 있다.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회의 공론화위원회가 2022학년도 대학 입시 개편안에 대한 시민참여단 설문조사 결론을 ‘판단 못 한다는 것’이라는 식으로 지난 3일 발표한 일도 그런 예다. 김영란 위원장은 “어느 한쪽으로 딱 나올 수 없었던 상황인 걸 정확하게 보여준 것이다. ‘공론화라는 게 정말 의미가 있구나’ 저는 오히려 그렇게 생각했다”며 “시민들의 지혜와 판단에 소름이 돋는 느낌이었다”고 밝혔다. ‘서로 견해가 크게 다른 난제여서 해법을 찾기 어렵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 성과라는 취지다.

그것이 난제임은, 정부 예산 20억 원을 들여 입시 제도 비(非)전문가인 시민 490명에게 4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한 3개월간의 공론화 과정이 없었어도 누구나 안다. 그런데도 그는 “현재 시민참여단 생각이 딱 여기까지 왔다. 여기까지 나왔다는 사실 자체를 받아들이고, 왜 이렇게 판단했을까를 분석해야 그다음 단계의 답이 나온다”고 했다. 거듭 ‘목포는 항구다’ 식이다.

대입 제도 설계·판단은 고도의 전문성이 필수다. 시민참여단 대다수가 “이 말을 들으면 이 말이, 저 말을 들으면 저 말이 맞지 않느냐”는 어느 대학 입학처장 말에 고개를 끄덕인 것은 당연하다. 한 참여자는 “(각 시나리오를 설명하는) 발언자 말솜씨에 따라 시민참여단 쏠림 현상이 나타났다”는 취지로 전하기도 했다. 교육부→ 국가교육회의→ 산하의 대입개편특별위→ 공론화위 등으로 이어진 하청·재하청·재재하청이 자초한, 참담하기까지 한 코미디다. 오죽하면 시대착오적 평등지상주의 등 문재인 정부와 교육관이 유사한 전국교직원노동조합도 “교육부는 어떠한 방향도 제시하지 않은 채 모든 결정을 시민참여단에 떠넘겨 버렸다. 이는 정부의 존재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태도”라며 직설적으로 비난했겠는가.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4월 11일 대입 개편안을 국가교육회의에 사실상 백지위임하며 “문 정부의 새로운 정책 결정 방식”이라고 했었다. 공론조사를 1988년에 고안한 창시자인 제임스 피시킨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까지 ‘대입 제도 공론화’의 부적절성을 지적했지만, 쇠귀에 경 읽기였다. 교육부는 유치원 영어 방과 후 수업 폐지 여부, 학교폭력 가해 사실을 학교생활기록부에 남길지 여부 등도 시민 공론화 결론에 따라 결정하겠다고 한다. 비전문가, 그것도 시민 소수의 공론에 주요 정책 결정을 의존하는 비상식 국정(國政)은 교육부뿐만이 아니다. 국가 안보(安保) 사안까지 그런 식이다. 건군(建軍) 50주년을 기념해 1998년 처음 연 이래, 10년마다 개최해온 국제관함식(觀艦式)도 이번엔 ‘동네 투표’ 결과에 따라 결정됐다. 30여 개국의 해군 참모총장급을 초청한 가운데 국군통수권자가 군함의 전투태세를 검열하는 해상 사열식으로, 해군 군사력을 과시하며 우방과 안보 협력도 도모하는 행사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해군 기지가 있는) 제주 강정마을 주민 총회에서 부결되면 못 하는 것”이라고 못 박았었다. 병역 거부로 교도소에서 징역형을 복역했던 사람이 이끄는 군인권센터, 문 정부 요직에 대거 진출한 참여연대 등 27개 시민단체가 기무사령부 개혁에 대해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국민적 공론화를 통해 강도 높게 추진할 것”을 외치는 배경도 달리 있기 어렵다.

문 정부는 진보적 원로 정치학자이면서, 보수·진보를 막론하고 존경받는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의 고언(苦言)을 새겨들어야 한다. 최 교수는 지난 7월 29일 문화일보 인터뷰에서 이렇게 지적했다. “우리 사회의 모든 문제를 대중적 의견을 무작위로 수렴해 결정해선 안 된다. 교육 분야의 경우 사회가 축적한 교육적·문화적 역량을 총결집해, 미래지향적 정책과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직접민주주의라는 개념에 기대 결정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 그러고 덧붙였다. “현재 문 정부를 주도하는 게 ‘386세대’인데, 이들은 지식의 깊이를 갖추지도 못했고, 미래를 내다보며 비전과 대안을 만드는 데에 진정으로 신념이나 능력이 있는지 의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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