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톡>서퍼의 성지에 사는 사람들 보고만 있어도 지친몸 힐링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비트윈 랜드 앤 씨

스크린 가득 펼쳐지는 푸른 바다와 집채만 한 파도 위로 미끄러져 내려오는 서퍼의 모습을 보는 순간 극장 밖 폭염의 기억은 깨끗이 사라진다. 자연이 만들어낸 ‘명품’ 파도를 타기 위해 서핑 성지로 몰려든 사람들의 열정에 빠져들며 삶을 돌아보게 된다.

9일 개봉하는 다큐멘터리 ‘비트윈 랜드 앤 씨’(감독 로스 휘태커·사진)는 아일랜드 서쪽 라힌치의 사계와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조근조근 전한다. 영국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가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나라’로 선정한 아일랜드에서 대서양이 시작된다. 라힌치는 바다 옆으로 펼쳐진 아름다운 골프코스가 경제활동의 중심이었던 마을로, 2000년대에 들어서며 서핑 문화가 자리 잡았고, 지금은 전 세계 서퍼들이 몰려드는 성지가 됐다. 이들은 오로지 서핑이 좋아 이곳에 왔고, 가족과 함께 행복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 집을 짓고, 농사에 매진한다. 서핑을 통해 인연을 맺은 후 결혼해 라힌치에 정착한 부부가 두 아이를 낳고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의 삶을 영위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이곳에서 서핑학교를 운영하고, 다양한 서핑 프로그램을 기획 중인 사람들의 애환도 소개한다.

아일랜드 출신 감독은 따뜻한 시선으로 라힌치의 풍광을 보여주며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사연을 풀어낸다. 하지만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갈 필요 없이 그저 눈과 귀로만 즐기기에도 충분한 작품이다. 200m 모허 절벽 아래에서 커다란 파도를 타던 서퍼가 파도 ‘동굴’ 속으로 사라졌다가 빠져나오는 순간 후련한 쾌감이 밀려오고, 타이밍을 못 맞춰 파도에 얻어맞고 공중으로 솟구쳤던 서퍼가 바다로 곤두박질치는 모습이 아찔하게 다가온다. 반복되는 서핑 장면이 살짝 지루해질 때쯤 지그시 눈을 감으면 거친 파도 소리가 온몸을 휘감으며 더위에 지친 몸이 치유되는 느낌을 받는다. 전체 관람가.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