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웹 | 지면보기 PDF | 기사 상세 찾기 | 2019.2.24 일요일
전광판
Hot Click
오피니언
[오피니언] 시론-박민 부국장 겸 정치부장 게재 일자 : 2018년 08월 08일(水)
‘脫국가주의’ 어젠다의 본질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박민 부국장 겸 정치부장

성장과 반공의 프레임 속에서
보수는 국가주의로 권력 향유
진보는 사적인 영역까지 통제

보수·한국당 재건 구호를 넘어
우리 사회 자유와 통합을 위한
건강한 담론으로 승화시켜야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의 ‘탈(脫)국가주의’는 영악한 선택이다.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의 저자 조지 레이코프는 정치에서 프레임은 승패의 관건이라고 주장했다.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라고 말하는 순간 코끼리를 떠올리게 되는 것처럼 상대의 프레임에 갇히는 순간 상대의 가치와 논리를 따르게 돼 결코 상대를 넘어설 수 없다. 문재인 정부의 프레임은 적폐 청산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다. 이 프레임은 보수의 핵심 이념과 가치인 성장우선주의와 반공·반북을 정조준한다. 이 프레임 안에서는 한국당이 아무리 기발한 역공의 포인트와 논리를 개발해도 궤변과 해명 수준을 넘어설 수 없다. 더구나 성장우선주의는 이미 발전전략으로서 한계를 드러냈고, 반공·반북 역시 미·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본격화된 한반도 데탕트 무드로 인해 ‘평화공존’으로의 전환을 요구받고 있다. 대안은 자신의 프레임을 설정하는 것이다. 스스로 진보적 비당파 연구기관을 설립하기도 했던 레이코프는 ‘이기는 프레임’이란 저서를 통해 진보주의가 이기기 위해서는 보수의 틀에 갇히지 않으면서 진보주의의 가치가 담긴 언어로 과학적인 담론을 펼쳐야 한다고 설파했다.

김 위원장의 ‘탈국가주의’는 용의주도한 어젠다 제시다. 탈국가주의는 한국당의 자기반성인 동시에 진보 진영을 겨냥한 칼이다. 박근혜 정부는, 더불어민주당의 반박처럼 국가주의에 권위주의가 더해진 국정 운영으로 탄핵을 자초했다. 한국당에 앞선 보수세력들은, 분단 공간의 국가 건설과 권위주의 정부의 압축성장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요구된 ‘강력한 국가주의’의 담지자로서 권력을 장악하고 향유했다. 그렇게 70여 년간 고수해온 국가주의를 시대착오적인 이념이자 가치라고 비판하는 것은 자기반성의 출발이다. 한국당 재건이 지지부진한 상황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잘못된 과거에 대한 반성과 청산을 외면했기 때문이다. 복잡한 계파 구도와 총선이란 최후의 심판을 2년 남겨뒀다는 현실적 여건이 발목을 잡기도 했지만 스스로 혁신의 동력을 만들어내기에 한국당은 너무 오랜 세월 기득권에 매몰돼 있었다. 외부에서 수혈된 김 위원장은 한국당의 이 같은 한계의 틈새를 파고들었다. 나아가 김 위원장은 취임 직후 문재인 정부의 국가주의 성향을 비판함으로써 탈국가주의 화두가 당내에만 머무르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진보 성향의 민주주의 연구 대가인 최장집 교수가 분석했듯이 진보세력은 보수세력보다 “더 강력한 국가주의적 이념과 열정으로 충만해 있다”(‘정치의 공간’ p.105∼106). 최 교수에 따르면 진보세력은 경제성장과 개혁 정책을 밀고 나가는데 국가 주도, 국가 중심성이라는 점에서 더 강력한 국가주의적 성향을 갖는다. 그들에게 국가는 개혁의 동력이다. 시민 주권자들로부터 통치를 위임받았으므로 정부는 사적 경제 영역을 지휘하고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김 위원장이 지난달 26일 인터뷰에서 “박정희식 국가 주도 모델은 가부장적인 아버지형 정부”라고 비판하면서 “문재인 정부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지적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탈국가주의’는 한국당의 활로다. 김 위원장은 국가주의의 대안으로 시장과 공동체를 신뢰하는 자율주의를 제시한다. 자율주의는 우리 사회에 유입되면서 왜곡된 보수 원형과 맞닿아 있다. 보수는 인간 이성에 한계가 있는 만큼 인간의 의지대로 사회를 설계하고 바꿔나가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본다. 그래서 보수는 시장과 공동체에 더 많은 자유를 줘야 하며 국가는 간섭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작은 정부, 규제 혁파, 감세 등이 보수의 특징으로 꼽히는 이유다. 물론 보수를 시장의 눈으로만 보는 경제환원론의 위험을 경계하며 김 위원장은 ‘세 바퀴 정부론’과 ‘보충성의 원칙’을 제시한다. 빈부 격차, 안보와 같이 시장과 공동체가 해결하지 못하는 영역을 국가가 보충함으로써 국가, 공동체, 시장이란 세 바퀴가 균형을 이뤄 굴러가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적 타산을 떠나 ‘탈국가주의’ 논쟁은 정치를 업그레이드할 건강한 담론이다. 보수와 진보가 성장과 반공의 프레임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소홀히 해온 시장과 공동체의 자율, 시민의 자유, 포용적 성장, 상호 인정을 통한 소통과 통합 등을 진지하게 논의하고 그 과정을 통해 시민의 선택을 받는, 정치를 정상화하는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mail 박민 기자 / 정치부 / 부국장직대겸 정치부장 박민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 많이 본 기사 ]
▶ 12세 소년, 놀이방 개조해 핵융합 실험…최연소 기록 바뀌..
▶ ‘빚 갚기 싫어’ 4400만원 불태운 70대 파산 사업가
▶ “같이 죽자 해놓고”…사망자 외제차 훔쳐 달아난 30대
▶ 한국당 지지층서 황교안 지지도 52%…전체는 오세훈 1위
▶ “김정은, ‘내 아이들이 핵 지닌 채 평생 살아가길 원치 않..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 : m.munhwa.com ]
[AD]
topnew_title
topnews_photo 미국의 12세 소년이 자신의 놀이방을 실험실로 개조해 ‘핵융합 실험’에 성공했다는 주장이 나왔다.만약 공식 검증을 통과하면, 핵융합 실..
mark한국당 지지층서 황교안 지지도 52%…전체는 오세훈 1위
mark“이념중시 측근들 ‘文의 귀’ 잡고있어…‘소주성’ 못 바꿀 것”
김정은 탑승 추정 北 열차, 단둥 통과··· 60여시간 여..
中군용기, 3차례 韓방공식별구역 진입…울릉-독도..
“같이 죽자 해놓고”…사망자 외제차 훔쳐 달아난 3..
line
special news ‘BTS’ 키운 방시혁, 서울대 졸업식 축사 연사 된..
오세정 총장이 추천…“자신의 방식으로 삶 개척한 인물의 표본” ‘방탄소년단’을 세계적 스타로 키워낸 빅..

line
“김정은, ‘내 아이들이 핵 지닌 채 평생 살아가길 원..
‘빚 갚기 싫어’ 4400만원 불태운 70대 파산 사업가
구의원, 17살 많은 동장 폭행 혐의로 체포…조사받..
photo_news
‘최순실 저격수’ 노승일씨 소유 주택 공사현장..
photo_news
이강인의 3월 축구대표팀 발탁…벤투호 또는 ..
line
[북리뷰]
illust
“천국은 죽음의 공포가 만들어… 영혼불멸·수명연장 모두 허구..
[인터넷 유머]
mark의자 주인 mark새옹지마
topnew_title
number 거제 펜션서 20대 남성 3명 숨진 채 발견…극..
인천 서구청장 성추행 의혹 수사 난항…여직..
1500만 넘은 ‘극한직업’ 극장 매출은 얼마?
“승리와 친하면 다 죄인? 박한별 남편 버닝썬..
검찰 ‘버닝썬 유착 고리’ 전직 경찰관 영장 반..
hot_photo
호텔 나서는 ‘가짜’ 김정은과 트럼..
hot_photo
7자리로 늘린 새 자동차 번호판 ..
hot_photo
인민복 닮은 유니클로 신상품…..
회사소개 | 광고안내 | 사업안내 | 이용안내 | 구독안내 | 독자참여 | 회원서비스 | 고충처리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책임자:한형민) | Site Map
제호 : 문화일보 | 주소 : 서울시 중구 새문안로 22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697 | 등록일자 : 2011년 7월 15일 | 발행·편집인 : 이병규 | 발행연월일 : 1997년 1월 1일
Copyright ⓒ 문화일보. All Rights Reserved. ☎ 02) 3701-5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