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러 게이트’ 정면돌파… 러에 새 제재 때렸다

이중스파이 독살 시도 책임 물어
뮬러 특검 조사 앞두고 先대응
안보관련 품목·기술 수출 금지

미국이 지난 3월 영국에서 발생한 러시아 출신 이중 스파이 암살 시도와 관련해 러시아에 신규 제재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조치는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팀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조사 등을 앞두고 ‘러시아 게이트’를 정면돌파하기 위한 수순으로 풀이된다.

8일 미 국무부는 성명을 통해 “노비촉 신경제를 이용해 세르게이 스크리팔과 그의 딸 율리야 스크리팔을 살해하려 한 러시아에 대해 제재 부과를 결정했다”며 “러시아는 국제법을 위반하고, 자국 출신자를 상대로 치명적인 생화학무기를 사용했다”고 밝혔다. 국무부는 “제재가 15일간 의회 고지 기간을 거친 뒤 오는 22일 즈음에 발효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제재에는 러시아의 국가 안보와 관련된 품목·기술에 대한 수출을 금지하는 내용이 포함되며, 러시아가 국제사회의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 90일 후 추가 제재가 가해진다. 국무부는 러시아의 노비촉 사용이 1991년 제정된 ‘생화학무기 통제 및 전쟁종식법(CBW Act)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했다. 스크리팔 부녀는 3월 솔즈베리에서 정체불명의 물질에 노출돼 쓰러진 채 발견됐다. 영국 정부는 조사 결과 러시아가 군사용 신경제인 노비촉을 이용해 이들을 살해하려 했다고 발표했으며 러시아는 이를 부인했다. 지금까지 미국은 러시아가 생화학무기를 사용해 국제법을 위반했다고 결론을 내리지 않았지만 이날 발표로 러시아의 화학무기 사용금지 국제법 위반 사실을 공식 인정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이날 러시아의 국제법 위반 결론을 발표하고 대러 제재에 나선 것은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의 내통 의혹을 수사 중인 뮬러 특검의 트럼프 대통령 조사에서 불리한 여론 형성을 사전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 변호인단을 이끄는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 시장은 뮬러 특검 측에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사법 방해 질문을 서면으로 받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백악관은 8일 공화당 중진인 랜드 폴(켄터키) 상원의원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서한은 폴 의원의 요청에 따라 제공된 것으로 서한에서 대통령이 언급한 주제들은 폴 의원이 푸틴 대통령과 논의하고 싶다고 한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워싱턴 = 김석 특파원 su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