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도 160억달러 관세… 美와 ‘치킨게임’

원유·철강 등 핵심제품 골라
美와 똑같은 25% 부과 결정
상무부 “美 비이성적 행위에
정당한 권익 보호 위해 대응”

중국 상무부가 원유, 철강 등 160억 달러(약 17조9000억 원) 규모의 미국 제품에 대해 보복관세를 부과하기로 하면서 미·중 무역전쟁이 브레이크 없이 확전을 거듭하고 있다. 양국이 적절한 양보나 타협책을 마련하지 못하면 앞으로 미·중이 각각 예고한 대로 2000억 달러 규모 중국 제품에 대한 추가관세와 600억 달러 규모 미국 제품에 대한 맞보복 관세 조치가 현실화되면서 파국으로 치달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9일 중국 언론에 따르면 중국 상무부는 8일 오후 늦게 홈페이지를 통해 원유와 철강, 자동차, 의료장비 등 160억 달러 규모의 미국 제품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상무부는 미국이 오는 23일부터 160억 달러 규모의 중국 제품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데 대해 강도 높게 비판하며 맞대응 방침을 전했다.

상무부는 “미국의 관세 부과는 국내법을 국제법 위에 놓는 매우 비이성적인 행위”라고 비판하고 “중국의 정당한 권익을 보호하고 다자무역 주의를 지키기 위해 이 같은 대응 조처를 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미국과 중국이 지금까지 동등한 규모와 세율의 관세 부과와 맞대응 조치를 취하면서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식의 한 치 양보 없는 정면대결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중국은 그동안 농산품 등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에 정치적 타격을 가할 수 있는 품목을 집중타격 대상으로 삼아온 기조를 이번에도 이어갔다. 미국산 철강, 자동차 등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기반인 ‘러스트 벨트(미국 동북부 쇠락한 공업지대)’를 겨냥한 품목을 통해 ‘정밀타격’에 나선 것이다.

앞서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7월 6일 340억 달러(약 38조1000억 원) 규모의 중국 제품에 25% 추가관세를 매긴 데 이어 7일 160억 달러 규모 중국 제품에 대해 추가로 관세 부과 방침을 밝혔다. USTR는 “미국의 기술과 지식재산권을 침해한 중국의 불공정 무역관행에 대한 대응조치”라고 설명했다. 중국 정부도 이미 지난 7월 5일 “미국의 관세 부과 조치가 발효되면 즉시 미국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중국 정부는 3일 미국이 현재 검토 중인 2000억 달러 중국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에 맞서 600억 달러 규모의 미국 제품에 대한 보복관세 시행 계획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중국이 미국에서 수입하는 제품 규모가 미국으로 수출하는 제품 규모보다 훨씬 적은 상황에서 불가피하게 보복관세 규모를 낮춘 것이어서 향후 중국이 미국여행 제한, 중국에 진출한 미국기업의 행정 인허가 지연 등 각종 비관세 수단을 사용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베이징=김충남 특파원 utopian2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