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 금리 45%로 긴급 인상… ‘재정 파탄’ 남미도 비명

페소화 추락… 침체 골 깊어져
부정부패 스캔들 등 악재까지
브라질 헤알화도 사흘째 하락

남미 양대 경제국인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도 불안정한 정치적 상황과 맞물려 통화 가치가 속수무책으로 떨어지고 있다. 글로벌 외환시장에서는 터키에 이어 브라질, 아르헨티나까지 외환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빨간색 경고등 사이렌 소리가 점점 커지는 분위기다.

13일 아르헨티나 페소화 가치는 장중 한때 직전 거래일보다 2.5% 하락한 달러당 30.70페소까지 떨어졌다가 정부 개입으로 29.97페소로 장을 마감했다. 남미 최대 경제국이자 대표 신흥국가인 브라질 헤알화 가치도 사흘째 하락하면서 달러당 3.897헤알까지 떨어지는 등 터키발 위기가 남미지역 전체로 확산하고 있다.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다른 신흥국들도 터키발 금융위기의 영향을 받고 있지만 남미에서는 특유의 정치적 불안정성까지 겹치면서 투자자들의 자금 유출이 더 빠른 속도로 일어나고 있다.

올해 초부터 환율불안에 시달린 아르헨티나는 지난 6월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500억 달러(약 55조7500억 원) 상당의 대기성 차관을 지원받아 급한 불을 껐다. 하지만 고위 공무원들을 중심으로 1억6000만 달러(1805억 원) 상당의 뇌물 스캔들이 터진 데 이어 IMF와 협의한 긴축정책에 반대하는 시위가 확산하는 등 정치적 불안정성은 오히려 커진 상태다.

이날 아르헨티나중앙은행은 예정에 없던 긴급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기존 40%에서 5%포인트 인상하는 등 해외투자자들을 붙잡기 위한 몸부림을 보였다. 하지만 파이낸셜타임스(FT)는 “신흥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매도가 적극적인 상황에서 아르헨티나 내부에서 터진 부정부패 스캔들 등이 통화가치 하락을 이끌었다”며 “아르헨티나는 예상보다 긴 경기 침체로 이어질 위험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브라질 헤알화도 이날 장중 한때 마지노선으로 불리는 달러당 4.00헤알에 근접한 수준으로 환율 가치가 떨어졌다가 오후 들어 중앙은행이 적극적으로 개입하면서 하락폭을 줄였지만 시장의 불신은 가시지 않은 상태다. 브라질은 올해 10월 열릴 대통령 선거에 10여 명의 출마자가 난립하고 있는 등 정치적 불안정성이 크다. FT는 “차기 대통령이 재정위기를 막기 위한 개혁을 시행할 능력이 없거나 약할 경우 경기회복이 어려워 과거 만성적 경기침체로 되돌아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