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22兆… 돈만 쏟아부어선 ‘고용참사’ 못막는다

재정만능주의 악순환 되풀이
2017·2018년 54조원 투입
실효성 없이 예산만 줄줄 새

소득주도성장 정책 수정하고
규제개혁·혁신성장 등 통해
민간의 일자리 동력 만들어야

일자리 창출에 대한 재정투입 효과의 실효성이 드러나지 않고 오히려 부작용이 확연한 데도, 당정청이 소득주도 정책을 수정하지 않은 채 재정 확대로만 치닫는 데 대한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재정 만능주의와 행정 남용·편의주의에 갇혔다”고 비판하고 있다.

20일 관련 부처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정부가 일자리 관련 예산에 투입한 재원은 54조 원 이상이다. 여기에는 2017·2018년 본 예산 36조 원, 2차례의 청년 일자리 추가경정예산 14조8000억 원, 올해 일자리 안정자금 3조 원 이상 등이 포함된 것이다.

당정청은 이를 쏟아붓고도 재난에 가까운 ‘고용 참사’가 발생하자 19일 회의에서 내년 일자리 예산을 올해 증가율(12.6%) 이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약 ‘22조 원+α’를 추가로 집행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포함하면 내년까지 투입되는 3년간 일자리 예산은 정부의 1년 예산(올해 428조8000억 원)의 16.7%에 해당하는 76조 원이 된다. 문제는 이미 일자리 예산이 효과가 미미한 데다 제대로 집행도 되지 않은 채 줄줄 새고 있다는 점이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고용 참사에 따라 비효율적으로 재정 지출을 하고, 다시 고용 참사를 맞는 ‘저성과 트랩’에 빠져있다”고 말했다. 그는 “민생 정책은 실사구시에 따라 접근해야지, 도그마적 이념의 과제가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세금을 걷어 일자리를 만들고, 이렇게 만들어진 일자리를 통해 세금을 걷는 구조는 불가능하다”며 “상황을 모면하고자 하는 임시방편”이라고 지적했다.

경제 정책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정부 2.9%)가 잠재성장률 수준이지만 올해 7월 취업자 증가 폭이 5000명에 불과하다는 것은 고용을 갉아먹는 잘못된 정책의 영향이 매우 크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기존 정책에 대한 근본적 전환이 시급히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은 “일자리를 늘리는 것은 정부가 아닌 민간”이라며 “선진국들처럼 혁신성장, 규제개혁, 노동시장 개혁 등을 통해 경제 활성화 정책을 적극적으로 펴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박민철·이관범·손기은 기자 mindo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