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반도 다시 정상외교 국면, ‘終戰’ 아닌 核에 집중해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2차 정상회담’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밝히면서 싱가포르 회담 2개월여 만에 한반도 정세가 다시 정상외교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이미 문재인 대통령의 ‘9월 안 평양 방문’은 남북 당국 간에 합의됐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북한 정권 수립일(9월 9일)에 맞춰 방북할 가능성도 있다. 그런데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종전(終戰)선언을 서두르고,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중간선거 때까지 협상 동력을 유지하고 싶어 하는 데다, 시 주석은 북한 후견 역할을 공고히 하기를 원한다는 점에서 실질적 북핵 폐기는 뒤로 밀리고, 남·북·미·중의 종전선언 ‘쇼’만 부각될 가능성이 비친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과 추가 회담이 곧 이뤄질 것 같으냐’는 질문에 “그럴 가능성이 크다”고 답변했다. 또 “북한과 관련해 많은 좋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면서 그 근거로 “탄도미사일이 발사되지 않고 많은 고요함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북한이 그동안 취한 핵실험장 폭파, 미사일 발사대 해체 등의 조치들은 실질적 비핵화 조치와는 무관한 이벤트임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높이 평가하는 것이다. 11월 중간선거에 대한 부담이 커지는 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때까지 활용할 ‘졸속 작품’을 만드는 데 만족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한반도 정상외교 2라운드 역시 북핵 폐기에 집중해야 한다. 4·27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과 6·12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은 당초 완전한 핵폐기(CVID)를 톱다운 방식으로 풀 담판으로 기대됐으나,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추상적 선언에 그쳤다. 그 뒤 북한은 비핵화에 대해선 ‘강도적 요구’라며 발뺌한 채 선(先) 신뢰 구축을 앞세워 제재 완화와 종전선언을 요구하고 있다. 비핵화의 실질적 진전이 없는 상태에서 종전선언을 해선 안 된다. 유엔군의 존재 근거를 허물고 주한미군과 한·미 동맹에도 큰 부담이 된다. 문 대통령은 첫째도 비핵화, 둘째도 비핵화라는 각오로 미국 및 중국 등과 공조를 강화해야 한다. 특히, 미·북 2차 회담에서 한·미 연합군사훈련 일방 연기와 같은 제2의 돌발적 합의가 나오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