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밥 우드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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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종 논설위원

한 권의 책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워싱턴 정가를 뒤흔들고 있는 ‘워터게이트 특종기자’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WP) 부편집장(associate editor)은 올해 75세의 현역기자다. 예일대를 졸업하고 5년간 해군 장교로 복무한 우드워드는 워싱턴의 주간지에서 1년간 기자생활을 하다가 1971년 WP에 입사한 이래 50년간 현장을 지키고 있다. 처음엔 ‘영어가 모국어 맞나’라는 동료의 비아냥을 들을 정도로 기사를 못 썼지만 ‘특종 근성’으로 편집장까지 거쳤다. 부편집장이라는 직함을 갖고 있지만 사실상 보조 취재기자를 두고 독자적인 취재 활동을 하고 있다.

이번에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격탄을 날린 ‘공포 (FEAR-Trump in the White House)’는 그의 19번째 저서다. 앞서 펴낸 ‘선택(Choice)’ ‘부시는 전쟁 중(Bush at War)’처럼 그의 책 대부분은 백악관, 중앙정보국(CIA), 연방대법원 등 핵심권력기관의 내부 비화를 다룬 탐사보도물로 실명(實名)이 등장하고 사실(fact)이 풍부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이번 책을 집필하기 위해 우드워드는 백악관 내부 관계자들을 수백 시간 직접 인터뷰하고 트럼프의 자필 메모 등을 분석했다고 한다. 심지어 내밀한 정보를 알고 있는 주요 인물을 만나기 위해 한밤중에 집 앞에서 기다리는 등 젊은 시절의 열정을 되살렸다는 후문이다. 백악관의 ‘공포의 문화’를 취재하면서 그는 “내가 다시 태어난 것 같았다”며 취재 열정이 되살아났다고 한다. 우드워드 책이 인기를 끄는 것은 정확한 사실을 근거로 한 내용 때문이다. 이번 책에 공개된 트럼프의 기상천외한 행태나 즉흥적인 의사 결정, 특히 한국과 관련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 주한미군 철수 내용 등은 그동안 이를 추정할 수 있는 징후들이 있었다.

정권의 핵심인사들이 우드워드에게 중요한 사실을 얘기하는 데는 확실한 취재원 보호의 경력 때문이다. 그는 워터게이트 사건을 제보한 마크 펠트 전 FBI 부국장이 지난 2005년 심장병 시한부 선고를 받은 뒤 자신이 밥 우드워드의 ‘정보제공자(Deep Throat)’라고 밝히기 전에는 먼저 입 밖에 내지 않았다. 또, 유명해진 뒤에도 오직 언론 외길을 걸어왔다는 신뢰도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앞다퉈 보도하던 기자가 청와대 대변인으로 직행한 우리 현실과는 너무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