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수도권 집값 더 올린 정책 실패와 靑年세대의 절망

문재인 정부가 집값을 잡겠다고 규제폭탄을 퍼부었지만, 집값 오름세는 더 가팔라지고 있다. ‘시장의 반격’이다. 한국감정원 조사로는 9월 첫 주 서울 아파트 시세가 1주일 새 0.47% 급등했다. 2012년 통계 작성 후 최고치이고, 8·27대책 직후의 굴욕적 결과다. 상승세는 과천·광명 등 서울 인접 수도권에도 번져가고 있다. 시장에선 “정부가 규제한 곳이 투자 대상”이란 말이 나돈다. 대놓고 정책을 조롱하는 형국이다. 정부 말을 따르다 매입 시기를 놓친 실수요자 원성이 높아지면서 ‘집값 우울증’이란 신조어도 등장했다.

민심 이반이 심상찮자 정부는 또 고강도 대책을 예고했다. 그러나 당·정·청 수뇌부 처방부터 중구난방이다.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진작 “(종부세의) 점진적 개편”을 얘기한 터에,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3주택 이상 등 종부세 강화”를 주문했고,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급격하게 올리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고 하는 식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임대사업자 정책을 뒤집더니, 원가공개 카드도 꺼냈다. 갈팡질팡이 불신을 키우고, 불신이 정책 실효성을 없애는 악순환이다. 책임자 문책도 검토할 때가 됐다.

곧 나올 대책에서 시장이 그나마 기대를 거는 것이 공급 확대다. 집값 급등의 근본 문제를 해결할 시장 친화적 방안이지만, 지금 기류로는 엉뚱한 길로 가고 있다.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도 불사하며 아파트를 짓겠다는 곳이 수도권 외곽이다. 수요자가 원하는 곳은 도심인데, 이미 공급과잉인 외곽에 지어본들 빈집사태만 부를 뿐이다. 서울 강남 수준의 새 주거공간을 뚝딱 만들어낼 수 없다면, 도심 노후시설의 재건축·재개발을 통해 양질의 주택을 공급하는 것이 차선이다. ‘강남 부자’에 대한 질시로 재건축을 규제한 끝에 집값을 더 올린 노무현 정부 실패를 반복해선 안 된다. 문 정부가 추가 대책에서도 시장 신뢰를 얻지 못하면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를 수 있다. 실효성 있는 과감한 공급대책이 규제 딜레마에 빠진 주택정책의 유일한 출구다.

더 심각한 문제는, 최근 상황이 국가 미래에까지 심각한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전·월세 부담마저 힘겨운 20∼30대 청년(靑年)세대는 ‘미친 집값’ 앞에서 언젠가는 집을 마련할 거라는 희망마저 접고 있다. 대부분의 자산을 부동산에 투자하는 게 아직 보통사람들의 상식이다. 주택 정책 실패는 그러잖아도 세계 최악인 결혼 기피와 저출산 문제를 더 악화시킨다는 점에서, 국가와 청년세대에 죄를 짓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