힌두교 국가 인도에서도 가톨릭 성추문 발생

주교가 40대 수녀 13차례 성폭행 의혹

가톨릭 교회가 최근 전 세계에서 고위 사제들의 성추문 논란으로 홍역을 치르는 가운데 힌두교 국가인 인도 가톨릭계에서도 주교의 수녀 성폭행 의혹이 제기돼 교회가 발칵 뒤집혔다.

12일 힌두스탄타임스 등에 따르면 최근 인도 남부 케랄라주에 거주하는 한 43세 수녀가 인도 북부 펀자브주 잘란다르교구의 프랑코 물라칼 주교에게 2년간 13차례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이 수녀는 이 같은 내용을 7장짜리 편지에 담아 9월 초 인도 주재 교황청 대사에게 전달했다. 앞서 지난 6월에는 경찰에도 고소장을 제출했다. 그는 2014년 물라칼 주교가 중요 문제를 논의할 게 있다는 핑계로 불러 처음 성폭행한 후 2016년까지 총 13차례나 이 같은 행동을 반복했다고 주장했다. CNN방송은 케랄라의 성프란치스코 전교회 게스트하우스에서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해당 수녀는 물라칼 주교를 ‘포식자’라고 부르며 적어도 수녀 20명이 물라칼 주교의 성폭력 때문에 교회를 떠나야 했다고 강조했다. 이 수녀는 “물라칼 주교는 마음에 드는 수녀가 있으면 힘으로 제압하거나 약점을 이용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수녀는 자신의 주장을 무시했다는 이유로 프란치스코 교황 등 가톨릭 고위 성직자들도 함께 비난했다. 그는 앞서 지난 5월 프란치스코 교황을 포함한 교황청 고위 성직자에게 편지 3통을 보냈지만 아무런 답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해당 수녀의 동료들은 지난 8일 케랄라 고등법원 앞에서 시위하면서 물라칼 주교를 체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물라칼 주교는 “교회에 대한 음모”라고 반박하며 성폭행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고 힌두스탄타임스는 전했다. 그는 ANI통신 인터뷰에서 “교회 내 반대세력이 수녀들을 이용하고 있으며 뒤에 음모가 자리 잡고 있다”며 “법적 절차에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잘란다르교구 측은 “물라칼 주교는 교회 관련된 일로 케랄라를 자주 방문했다”고 설명했다.

인도는 힌두교 교세가 강한 나라이지만 남부는 가톨릭 신자가 많은 편이다. 특히 케랄라의 경우 가톨릭 신자 비중은 15%를 넘는 것으로 전해졌다. 케랄라는 예수의 12사도 가운데 한 명인 토마스가 복음을 전파하다 순교한 곳으로도 알려져 있다.

박준우 기자 jwrepublic@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