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습금지’ 교회헌법 정신 재확인… 명성교회 세습철회? 교단 탈퇴?

예장통합 ‘세습 재심’ 결정

국내에서 가장 많은 신자를 가진 개신교의 주요 교단에서 명성교회의 목회 세습에 대해 재심을 결정한 것은 한국 개신교사에 한 획을 긋는 결정으로 평가된다. 한국 개신교회는 사회적 기여도가 높은 데 비해 목회 세습이 가장 큰 폐단으로 비판받아왔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 교단은 13일 오전 전북 익산 이리신광교회에서 소속 목사·장로 대표(총대) 13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나흘째 총회를 열고 명성교회 김삼환 원로목사-아들 김하나 목사로 세습이 유효하다고 판결한 교단 재판국원 15명 전원의 교체를 추인해 사실상 재심을 받아들였다. 예장통합 사무총장인 변창배 목사는 “지난 7일 ‘서울동남노회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로부터 명성교회 세습 판결을 인정한 재판국 판결에 대해 재심이 접수된 상태로, 오늘 총회의 결과와 상관없이 사실상 재심이 개시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교단 총회에서 총대들의 의지가 확인된 만큼 조속한 시일 내에 재심 절차를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예장통합 총회는 2013년 ‘해당 교회에서 사임(사직) 또는 은퇴하는 위임(담임)목사의 배우자, 직계비속과 그 직계비속의 배우자는 위임목사나 담임목사로 청빙할 수 없다’고 헌법을 개정해 목회 세습을 금지했다. 명성교회는 2015년 말 김삼환 원로목사가 정년 은퇴한 후 2017년 11월 김하나 목사가 부임했다. 명성교회 측은 ‘은퇴하는’이란 구절은 현직 담임목사가 바로 아들에게 물려주는 것을 말하지만, 김삼환 목사는 이미 ‘은퇴한’ 상태에서 교인들의 결의로 아들 목사를 담임으로 청빙했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교단 헌법위원회는 이 같은 논리를 인정했고, 지난 8월 교단 재판국이 불법이 아니라고 판결해 교단 안팎에서 논란이 거셌다. 이번 총회가 헌법위원회의 해석을 기각하고, 그 해석에 따라 판결한 재판국원 전체를 교체함으로써 목회 세습을 금지한 교회 헌법의 정신을 재확인한 것이다.

재심에서 명성교회의 세습이 불법으로 판결될 경우 명성교회는 세습을 철회하거나 교단을 탈퇴하는 선택을 해야 한다. 하지만 지방노회 법원을 통해 교회도 다시 재심을 청구할 수 있어 최종 결정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비대위 김수원 목사는 “헌법을 제대로 해석하지 않고 말장난으로 해석한 것이 문제였으며, 이를 이번 총회에서 바로잡은 것”이라며 “올바른 해석에 근거해 이뤄지는 재심에서 지난 판결이 유지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엄주엽 선임기자 ejyeo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