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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김종호 논설위원 게재 일자 : 2018년 09월 14일(金)
평양 동행 거절 비난한 文대통령 獨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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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호 논설위원

‘쇼’ 안 돼야 할 평양 정상회담
‘무조건 따르라’식 발상 위험
거절을 ‘당리당략’ 몰아선 안 돼

판문점 선언 비준 동의 요청도
北의 ‘한반도 비핵화’ 眞意에
눈 감은 채 수용해선 안 되는 일


민주주의 사회에서 특히 경계해야 할 일은 독선(獨善)이다. 독선에 갇히면 의견이 다른 사람과 소통이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적대시까지 하게 된다. 국가 최고지도자의 독선은 독재로 이어진다. 국민 통합은커녕 사회 갈등·분열을 증폭한다. 국가와 역사의 퇴행은 필연적이다. 대통령중심제 국가 거의 모두가 입법·사법·행정의 ‘3권 분립’을 헌법으로 규정한 것도 대통령의 독선을 막기 위한 취지다. 1776년 선포된 미국 독립선언서 초안 작성자인 제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이 1787년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서 ‘신문 없는 정부와 정부 없는 신문 중 하나를 택하라고 한다면, 나는 주저 없이 정부 없는 신문을 택하겠다’고 한 표현이 명언으로 자주 인용되는 배경도 그 연장선이다.

그런 점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독선도 심각한 일이다. 오는 18∼20일 평양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지난 11일 국무회의에서 “중차대한 민족사적 대의 앞에서 제발 당리당략을 거두어 주시기 바란다”며 평양 동행과 ‘4·27 판문점 선언’ 비준 동의안을 일단 거부한 야당을 사실상 비난한 것이 가까운 예다. 평양 동행은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대표는 물론, 국회의장·부의장단도 거절했다. 평양 회담이 ‘쇼’로 빗나가지 말아야 하는 만큼 당연한 일이다.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이 당사자들과 논의 없이 지난 10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국회의장단과 여야 5당 대표의 동행을 정중하게 요청 드린다”고 하기 하루 전에, 김병준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미 선을 그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도 이를 무시한 임 실장 발표에 대해 손 대표는 “일방적이어서 상당히 놀랐고 언짢았다. 이건 기본 예의가 아니다”라고 개탄하며 이렇게 덧붙였다. “민주주의 국가의 체통을 생각할 때 국회의장과 정당 대표들이 대통령을 수행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 출신인 문희상 국회의장이 측근을 통해 “입법부 수장으로서 자존심이 상한다. 청와대가 무례하다”며 불쾌감을 드러낸 이유도 달리 없다. 문 대통령은 이마저 외면하고 ‘당리당략’으로 몰며,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을 보내 평양 동행을 거듭 요청했다. 발상부터 위험한 ‘나는 절대선(絶對善)이다. 무조건 따르라’ 식의 독선과 자의적 선악(善惡) 구분으로 보인다. 임 실장은 요청 대상 원로들을 향해 ‘꽃할배가 돼 달라’ 운운해 조롱 논란까지 일으켰다.

판문점 선언 비준 동의에 대한 야당 거부는 더 당연하다. 선언 이행을 위해 북한에 지원해야 하는 천문학적인 국민 세금을 극히 일부만 추계해 눈가림한 동의 요청안의 꼼수 때문만이 아니다. 비준은 국가 간의 협약에 대한 국내 절차가 모두 완료돼 법률 효력을 갖는다고 상대국에 공식 통보하는 절차다. 헌법상 불법 집단인 북한 정권과의 합의가 국회 비준 동의 대상일 수 있는지에 대한 논란을 차치하더라도, 판문점 선언은 섣불리 비준할 수 없는 중대하고 위험한 내용을 담고 있다. ‘남과 북은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했다’며 ‘각기 자기의 책임과 역할을 다하기로 했다’고 명시한 대목이 대표적이다. 북핵 문제에 대해 정확하고 깊은 이해와 함께 대북 협상 경험도 많은 어느 전직 장관에 따르면, 북한 측의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 개념은 미국의 핵우산도 전면 제거하는 것이다.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미국 전투기·수송기·군함·잠수함·미사일 등 일체의 핵 운반 수단이 북한에 위협이 될 수 있는 거리까지 접근하지 않는다는 확고하고 구체적인 보장도 포함한다. 북한의 그런 진의(眞意)엔 눈을 감은 채 비준하거나 비준 동의를 하는 것은 대한민국 안보의 포기를 자청하는 셈이다. 그럼에도 굳이 동의를 요청하려면, 최소한 남북한 균형이라도 맞춰야 했다. 북한이 2012년 헌법을 개정하면서 서문(序文)에 명시한 ‘핵보유국’ 삭제 절차의 공식화·가시화나마 있었어야 마땅하다.

이 밖에도 문 대통령의 독선으로 비칠 수밖에 없는 국가적 사안이 수두룩하다. 실패의 결과가 전방위 참사(慘事)라는 사실이 거듭 확인됐는데도 허황한 비현실적 논리를 내세워 여전히 집착하는 소득주도 성장정책뿐만이 아니다. 그래선 안 된다. 문 대통령은 쓴소리일수록 더 귀담아들어야 한다. 그러잖으면 독선에 더 깊이 빠지게 되고, 국정 운영도 대한민국 미래도 더 불안해지게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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