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소 떠나 집 돌아온지 2년…가족의 소중함 새삼 느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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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배우로 첫 추석 맞는 이혜리

2010년 걸그룹 걸스데이로 가요계 데뷔
2015년 ‘응답하라 1988’ 배우 자리매김
올해 첫 영화 ‘물괴’로 스크린에도 도전
“오랜 숙소 생활에 가족 생각하면 애틋해
소중한 사람들이 가까이 있다는 건 행복”

“지금 가장 소중한 게 뭐냐고 물으시면 ‘가족’이라고 답하고 싶어요.”

2010년 걸그룹 걸스데이로 데뷔해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2015)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치며 배우로도 자리 잡은 이혜리(사진)는 문화일보와의 추석 특집 인터뷰에서 “숙소생활을 오래 해서 그런지 가족을 떠올리면 애틋한 마음이 든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어 “2년 전 집에 들어가 살며 가족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고 대화도 자주 한다”며 “힘든 일이 있어도 가족에게 힘을 받고, 의지가 된다. 소중한 사람이 가까이 있다는 건 정말 행복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그의 가족 사랑은 스크린 데뷔작인 ‘물괴’(감독 허종호)에도 고스란히 녹아 있다. 지난 12일 개봉한 이 영화는 사극판 괴수물로, 조선 중종 22년 도성에 나타난 정체불명의 괴물을 쫓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곳곳에서 사지가 절단되고 역병에 걸린 시체가 잇따라 발견되며 기이한 물괴가 나타났다는 소문이 돌자 피폐한 삶을 살아가는 백성들은 공포에 떤다. 왕은 반정을 주도한 영의정 심운(이경영) 일파가 자신을 흔들려는 계략으로 의심하고, 초야에 묻혀 지내던 옛 내금위장 윤겸(김명민)을 불러 물괴를 추적하도록 한다. 윤겸은 외동딸 명(이혜리), 오른팔 성한(김인권), 허 선전관(최우식) 등과 함께 물괴를 잡기 위해 나선다.

이혜리는 특유의 발랄한 연기를 앞세워 캐릭터의 맛을 살리면서 절절한 가족애도 깊이 있게 표현해 냈다.

“처음 시나리오를 읽고 명이가 지닌 아버지에 대한 감정을 이해해야 인물을 표현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야 관객을 이해시킬 수 있으니까요. 시나리오에는 안 나와 있지만 명이는 친부가 아닌 윤겸이 자신을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하고 외딴 시골로 떠난 마음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제 나름대로 명이가 윤겸의 지극한 사랑에 감사할 줄 아는 어른스러운 아이라고 생각하며 상황마다 ‘이럴 때 명이는 어떻게 했을까’하는 물음표를 던지니 뭔가 툭툭 나오더라고요.”

그를 직접 만나보니 ‘응답하라 1988’의 덕선처럼 쾌활한 면과 함께 자신의 삶에 대해 고민하는 진지한 면도 엿볼 수 있었다. 가수로 시작해 연기자로 변신하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도전해온 그의 첫 영화 출연도 새로운 도전이었다.

“주위 분들이 사극에 괴수가 나오고, 액션까지 소화해야 하는 것에 대해 ‘왜 굳이 어려운 길을 만들어서 가려고 하느냐’고 걱정해주셨지만 저는 그래서 더 도전하고 싶었어요. 제가 겁도 많고, 뭐든 처음 시작할 때 두려워하는 편이지만 도전정신도 강해요. 모순적이죠. 물을 무서워해서 수영은 못하지만 스쿠버다이빙은 해요. 얼마 전에는 체코 프라하에 가서 스카이다이빙도 했어요. 겁이 나고, 무서운 생각이 들면 그걸 이겨내고 싶어져요. 작품을 마주할 때도 잘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서지만 저 스스로 해결하고 싶은 욕심도 생겨요. 그래서 ‘물괴’를 하게 됐어요. 저는 과정에 따라 결과가 바뀐다고 믿고 있어요. 단순히 영화의 흥행 성적만이 결과가 아니라 제가 영화를 촬영하며 느끼고, 저에 대해 발견한 모든 것이 결과라고 생각해요. 아무리 결과가 좋아도 과정이 안 좋으면 만족하지 못해요.”

그는 자신감이 고갈된 상태에서 힘든 시간을 보낼 때 이 영화를 만나게 됐다고 밝혔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필모그래피에 의미 있는 작품으로 남을 거라고 강조했다.

데뷔 후 2016년까지 한 달에 하루 정도 쉬며 바쁘게 일했어요. 가수 활동을 하며 예능 프로그램에도 출연하고, 드라마까지 하다 보니 머릿속이 꽉 차서 다른 생각이 들어갈 틈이 없었어요. 뭐든 신나게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고, 못할 것 같다는 마음이 앞섰어요. 그래서 무작정 쉬었어요. 이삼일 쉬면 큰일 날 줄 알았는데 두세 달 쉬며 제가 쉴 수도 있는 사람이란 걸 알게 됐고, 그렇게 여유를 되찾을 즈음에 ‘물괴’가 저를 찾아왔어요. 지쳐 있던 제게 용기를 불어넣어 준 작품이에요.”

영화에 대한 끈끈한 애정을 나타낸 그는 홍보에도 적극성을 보여줬다.

“대본이 소설처럼 술술 읽혔어요. 물괴의 모습을 상상하며 읽게 되더라고요. 그러면서 설레는 마음이 생겼고요. 관객들도 좋아하실 거예요. 저는 사실 흥행에 대해 잘 몰라요. 그저 1000만 명이 넘었다고 하면 ‘아 재미있는 영화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예요. 제 입장에서는 관객 수가 100만 명만 넘어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왜 이렇게 안 봐주시지’라는 생각보다는 ‘이렇게 많은 분이 봐주셨구나’ 하고 기뻐하게 돼요.”

‘응답하라 1988’에서 호흡을 맞춘 류준열과 실제 연인으로 발전한 그는 “잘 만나고 있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영화 인터뷰를 하며 질문을 하셔서 편하게 말씀드렸는데 그 내용이 제목으로 뽑혀서 속상했어요. 지금은 영화가 잘되기만을 바라는 마음이에요.”

그에게 “연기자로 자신에 대한 평가를 해달라”는 말을 건네자 “넓은 시야로 작품을 보고 잘 해내고 싶은 마음이 크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는 또 ‘아이돌 출신’이라는 꼬리표가 붙어 다니며 연기력에 대한 지적이 나오는 것에 대해서도 “어떤 지적이든 좀 더 나아지고, 좋은 모습을 보이기 위해 새겨들으려 한다”고 속 깊은 답을 내놨다.

“저는 미래 계획이 전혀 없어요. 그저 현재에 충실하고 싶어요. 드라마나 영화, 걸스데이 활동 모두 그때그때 운명으로 생각하고, 잘해내고 싶어요. 저에 대한 부정적 시선도 그대로 받아들여야죠. 이만큼 사랑을 받았으니 거기에 비례해 부정적인 의견도 나온다고 생각해요. 제가 아무리 잘했다고 생각해도 보시는 분이 못했다고 하면 그건 정말 못한 거죠. 보시는 분이 ‘혜리 최고야’라고 해주시면 제가 어떻게 생각하든 잘한 거고요. 어떤 반응이든 감사해요.”

마지막으로 “앞으로 어떤 도전을 하고 싶고, 또 어떤 배우가 되고 싶냐”는 질문을 던졌다.

“어렸을 때는 앞만 보고 달렸지만 지금은 판단 기준과 방향성이 명확해졌어요. 앞으로 대중이 원하는 것과 제가 원하는 것들 사이에서 합의점을 잘 찾고 싶어요. 많은 분이 저로 인해 행복한 기분을 느끼셨으면 해요.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계속 노력할 거예요. ‘배우’라는 수식어가 아직 낯설고 부족하지만 언젠가는 자꾸 궁금해지고, 보고 싶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러면서 문화일보 독자들에게 추석 인사도 전했다.

“편안하게 지내시며 가족의 소중함을 느끼는 행복한 시간이 되길 바라요.”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