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엔 이 책과 함께>老化에 따른 행동일 뿐… 부모님은 심술난 게 아니다

노년의 부모를 이해하는 16가지 방법 / 히라마쓰 루이 지음, 홍성민 옮김 / 뜨인돌

‘노인은 쉽게 화내고, 말이 안 통하고, 남의 말을 듣지 않고, 나이 탓인지 이해 안 되는 행동을 하고 심술이 고약하다.’ 흔히 노인과 함께 떠올리는 부정적인 모습이다. 이런 행동에 대한 해석은 ‘치매라서’ ‘고지식하고 완고해서’ 또는 ‘청년과 사회를 오해하고 있어서’라고 내려지곤 한다.

하지만 일본의 안과 의사 히라마쓰 루이는 이는 노인에 대한 편견이라며, 주위를 난처하게 하는 고령자의 행동, 그 진짜 원인은 노화에 의한 신체 변화라고 진단내린다. 이 사실을 알고 받아들이면, 어떻게 해결하고 예방해야 하는지도 알게 된다고 한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우리는 많은 일에서 무경험 ‘초보자’이다. 초보 주부, 초보 남편, 초보 엄마, 초보 아빠, 초보 중년, 초보 노년을 거쳐 한 번도 경험해 본 적이 없는 죽음 앞에 이른다. 그 과정에서 부모가 늙어가는 것을 처음 겪고, 자신이 늙어가는 것 역시 처음 경험한다. 따라서 이 책 ‘노년의 부모를 이해하는 16가지 방법’은 고령화 시대, 늙은 부모를 이해하는 데, 그리고 늙어가는 자신을 돌아보는 데 요긴한 매뉴얼이다. 노화의 정체와 주변 사람들이 해야 할 행동, 고령자 본인이 해야 할 행동을 의학적 지식을 토대로 알기 쉽게 구체적으로 설명한 일종의 ‘노인 취급 설명서’다.

이 노인 취급 설명서에서는 노인이 자주 하는 난처한 행동 16가지를 의학적으로 설명하고, 이에 대한 대책을 제안한다. 노인들은 왜 빨간 신호에도 태연히 길을 건널까? 노인들이 자주 하는 난처한 행동 중 하나이다. 고령자는 빨간 신호에도 태연하게 길을 건너고, 도중에 빨간 신호로 바뀌어도 느긋하게 걸어가다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어 보는 사람들이 아슬아슬하다. 사람들은 ‘나이를 먹으니 머리가 둔해져서 주위를 난처하게 한다’거나, ‘차가 알아서 서 줄 거라는 뻔뻔함’이라며 불쾌해한다. 하지만 저자는 이 역시 노화에 의한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한다. 눈꺼풀이 처지고 허리가 굽어 신호등이 보지 않고, 넘어지기 쉬워서 발밑만 보고 걷는 데다, 녹색 신호등이 노인의 걸음으로 건널 수 있을 만큼 길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본인에게 불리한 말은 못 들은 척한다’ 역시 우리가 흔히 겪는 노인들의 행동 중 하나다. 만약 시어머니가 자기 말을 못 들은 척하는 것처럼 느껴지면 며느리의 속은 부글부글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저자가 전하는 실상은 이렇다. “고령자가 상대의 말을 무시하는 것은 안 듣는 것이 아니라 들리지 않는 것”이다. 70대는 절반이, 80대는 70% 이상이 난청이다. 70대 이상 고령자는 대부분 듣지 않아서가 아니라 들리지 않기 때문에 반응을 못 한다는 것이다. TV를 보니까 청각에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지만, 난청인 사람도 TV는 시청할 수 있고, 모든 사람의 음성이 들리지 않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톤이 높은 소리, 특히 젊은 여성의 목소리는 듣기 어렵다. 그래서 딸이나 며느리의 말만 무시하는 것처럼 보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따라서 고령자에게 말할 때는 세 가지 요령이 필요하다. ‘낮은 목소리로, 천천히, 정면에서’이다. 상대를 깔보듯 어린아이를 달래듯 해서는 안 되고, 상대가 잘 들을 수 있게 끊어 말하는 것이 핵심이다.

△갑자기 시끄럽다고 화를 내고 본인은 큰 소리로 말한다 △같은 말을 여러 번 반복하고 과거를 미화한다 △애써 준비한 음식에 간장이나 소스를 흠뻑 뿌린다 △놀랄 만큼 어이없는 곳에서 넘어진다 △돈이 없다면서 낭비가 심하다 △목숨이 위험할 정도로 심하게 사레들리거나 계속 가래를 뱉는다 등 이 모든 일 역시 노화의 결과이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일러스트 = 뜨인돌 제공